만취 동호인 방치해 숨졌다면…인솔자에 죄 물어야

제주지법, 만취회원 방치 생활체육 회장에 과실치사 유죄

중국 교류행사에 참가한 체육 동호인이 만취 상태로 숨졌다면 응급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인솔자에게 죄를 물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 성언주 판사는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제주시 모 생활체육단체 회장 박모(62)씨에게 금고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2014년 12월 중국 부양시에서 열린 생활체육 교류대회에 22명의 동호인과 함께 참가한 박씨는 만취상태로 잠을 자던 A(49)씨를 호텔 객실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씨는 재판에서 A씨 등이 자발적으로 참가한 것이고 단체 항공권 구입과 비자발급 신청 등의 봉사활동을 했을뿐 동호인들을 보호하거나 감독할 주의의무가 있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만취한 A씨를 호텔 객실까지 옮겨 건강상태를 확인했고 다른 일정을 소화한 뒤에도 A씨가 숨을 약하게 쉬고 있는 것을 확인해 인공호흡과 심폐소생술을 실시하고 구급차까지 불렀다고 박씨는 강조했다.

박씨는 이어 A씨의 사망은 무분별한 음주로 인한 우발적인 사고였다며 자신에게 죄가 없음을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일축했다.

성 판사는 우선 박씨가 중국 협회와의 친선대회를 주관해 직접 참가자들을 모집한 점, 동호인들이 국제교류 경험이 전혀 없는 점 등을 감안하면 박씨가 주최자 겸 인솔책임자로 봐야 한다며 보호의무가 없다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 판사는 특히 박씨는 중국인 가이드가 요청한 구급차를 돌려보내고 발마사지 등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A씨를 호텔 객실에 방치했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성 판사는 이와 함께 A씨의 사망원인이 과도한 음주였다고 하더라도 박씨의 과실과 A씨의 사망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성 판사는 박씨의 과실이 사망결과에 미친 정도가 중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시신을 제주도로 운구하는 등의 사고수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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