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마신' 박기원 감독 "대한항공, 누구나 탐낼 팀"

박기원 감독. (사진=대한항공 제공)
"어느 감독이 대한항공 감독 자리를 거절하겠어요."

대한항공 감독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실제로 2005년 V-리그 원년부터 사령탑이 자주 바뀌었다. 차주현 감독을 시작으로 문용관 감독, 진준택 감독, 신영철 감독, 김종민 감독이 자리에서 내려왔다. 최근 김종민 감독 사퇴 과정에서 프런트 배구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쉽지 않은 자리다. 감독 입장에서는 독이다.

하지만 MVP 출신 김학민과 V-리그 최고 연봉을 받는 세터 한선수를 비롯해 신영수, 곽승석, 정지석 등 화려한 멤버를 자랑한다. 성배도 맞다.

박기원 감독이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은 이유도 그랬다. 독은 들었지만, 성배라는 사실 때문이다. 박기원 감독도 "사실 결정을 하기까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욕심이 나는 팀"이라면서 "어느 감독이 대한항공으로 해보라면 거절하겠냐"고 말했다.

박기원 감독의 경력은 화려하다. 이탈리아 리그에서 감독으로 활약했고, 이란 국가대표팀도 지휘했다. 다만 V-리그에서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이끌었지만, 우승이 없었다. 국가대표팀 지휘봉까지 내려놓고 대한항공을 선택한 이유, 바로 우승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우승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한국에서 우승을 못해봤다"면서 "3년했는데 만족할 결과가 아니었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다시 해볼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항공에서 기회를 줬으니 한 번 해보려 한다. 욕심도 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결정을 내리기까지 쉽지는 않았다. 그만큼 대표팀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박기원 감독은 "대표팀이나 대한배구협회가 어렵다. 어떻게든 어려운 상황에서 이겨내려 열심히 하는 과정에서 나 혼자 나온다는 것이 힘들었다"면서 "사실대로 이야기를 했고, 잘 이해해줬다"고 말했다.

대표팀 시절 박기원 감독. (사진=대한배구협회 제공)
◇예순다섯 최고령 감독…"감독이 볼 때리는 것 아니다"


예순다섯의 나이. 박기원 감독은 V-리그 역대 최고령 감독이 됐다.

현재 V-리그는 젊은 사령탑이 대세다. OK저축은행을 챔피언결정전 2연패로 이끈 김세진 감독, 스피드 배구로 현대캐피탈을 부활시킨 최태웅 감독 모두 40대다.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이 유일한 50대 감독일 정도로 연령층이 낮아졌다. 당연히 베테랑의 귀환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박기원 감독은 신경 쓰지 않았다. 나이는 걸림돌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오히려 경험이라는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박기원 감독은 "프로 감독이 힘으로 볼을 두드리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선수들 앞에서 뛸 필요도 없다"면서 "나이는 상관 없다. 단체 종목에서 감독 역할 중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경험이다. 실패에서 올 수도, 연륜에서 올 수도 있다. 젊은 감독보다 유리하다고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표 스피드 배구 기대해주세요"

박기원 감독은 스피드 배구를 기치로 내걸었다. 한선수라는 국가대표 세터가 있기에 가능한 목표다.

박기원 감독이 한선수와 처음 만난 건 2011년 대표팀에서다. 당시에도 한선수와 함께 스피드 배구를 추구했지만, 완성까지 이르지 못했다.시간이 부족했다. 2~3주 정도만 손발을 맞추고 대회에 출전했던 탓이다. 그래서 한선수와 함께 하는 시즌에 더 기대가 큰 박기원 감독이다.

박기원 감독은 "한선수와 만나 빠른 배구, 스피드 배구를 시작했다. 훈련이 부족해 잠깐 흉내만 냈다. 한선수를 이용한 스피드 배구, 나의 스피드 배구를 할 수 없었다"면서 "그 종결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배구 색깔을 만들 기회도 왔다. 이런 저런 것을 할 수 있는 팀이라 욕심이 났다"고 말했다.

공격수들도 화려하니 잘 맞춘다면 우승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박기원 감독은 "김학민, 곽승석 등은 대표팀에서 같이 해봤던 선수들이다. 신영수, 정지석 등도 개인 적인 능력은 다 있는 선수들"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급선무는 FA 붙잡기다. 대한항공은 곽승석이 FA 자격을 얻었다. 또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도 기다리고 있다. 박기원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꾸리기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박기원 감독은 "최상의 전력을 만들기 위해서는 뭐든 하겠다. 괜찮은 선수라면 어느 포지션이든 관계 없다"면서 "외국인 센터도 가능성은 적지만, 문을 완전히 닫아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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