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은 명실공히 세계최강이다. 특히 여자부는 1984년 LA 올림픽 서향순을 시작으로 개인, 단체전 금메달을 휩쓸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중국의 텃세에 밀려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지만,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기보배(광주광역시청)가 다시 정상을 되찾았다. 단체전은 7연패(LA 올림픽은 개인전만 열림)다.
하지만 올림픽 개인전 2연패는 없었다. 그만큼 한국 선수들간 경쟁이 치열했다는 의미다. 오죽하면 국가대표 선발전이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생겼다.
그런 여자 양궁에서 기보배가 올림픽 2연패에 도전장을 던졌다.
기보배는 2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감히 자신이 있다는 말은 못하겠지만, 의식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2연패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보배는 지난 19일 끝난 2016년 리울 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2위로 통과했다. 기보배가 2위에 그칠 정도로 대표선발전은 실제로 올림픽 금메달보다 어렵다. 런던 올림픽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오진혁(현대제철)도 탈락했다.
기보배도 "다시 한 번 이렇게 영광스러운 자리에 서게 돼 너무 기쁘다"면서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 가운데 가장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서 치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런던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승승장구했던 기보배도 아픔을 겪었다. 바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한 것. 기보배는 사대가 아닌 중계석에 앉아 아시안게임을 치렀다. 당연히 해설위원이라는 타이틀은 어색했다. 하지만 당시 휴식을 충전의 기회로 삼은 뒤 하루 10시간씩 활시위를 당겼다.
기보배는 "탈락했을 당시에는 시원섭섭했다.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스스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던 시간"이라면서 "저 자리에 다시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내 자리인데'라는 생각을 했고, 이를 악물고 연습했다"고 돌아봤다.
하루 450~500발씩 화살을 쏘면서 올림픽 2연패를 준비 중이다. 새벽부터 쉬지 않고 과녁을 조준한다. 개인훈련까지 포함하면 밤 10시에나 훈련이 끝난다.
금메달이 쉽지 만은 않다. 우리 선수들끼리 경쟁도 있지만, 세계 양궁의 수준도 꽤 올라왔다. 이미 한국 지도자들이 각국에 퍼져 기술을 전파한 덕분이다. 그만큼 개인전 2연패도, 단체전 8연패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기보배는 "워낙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치고 올라오고, 또 치고 올라온다. 그 자리가 계속 바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면서 "한국 지도자들이 많이 나가있어서 그만큼 실력이 평준화되고 있다. 금메달 따기가 힘들다. 상당히 많이 올라왔다. 금메달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1살 때 처음 활을 잡은 기보배는 어느덧 스물여덟이 됐다. 그렇다면 기보배가 생각하는 양궁의 매력은 무엇일까.
기보배는 "열심히 훈련한 것만큼, 또 준비한 것만큼 대가가 따른 다는 것"이라면서 "(바람 등의 영향도 받지만) 아무래도 남들보다 한 발이라도 더 쏘고, 연습을 더 철저히 한 선수들은 이길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조건은 똑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