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는 어버이연합 '옹호'…의혹 보도한 기자는 '교체'

최근 청와대 '집회 지시',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뒷돈 지원' 의혹이 불거진대한민국어버이연합 추선희 사무총장이 지난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사진= 박종민 기자)
어버이연합이 전경련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 각종 집회에 동원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우석 KBS 이사가 어버이연합을 옹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3일 조우석 KBS 이사는 보수성향 인터넷 매체에 '어버이연합은 과연 죽을 짓을 했는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조 이사는 해당 매체에 주필로 활동 중이다.

해당 글은 "참담한 노릇이다. 적반하장도 이럴 순 없다"라고 운을 뗀 뒤 "대한민국을 옹호하는 애국활동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한 시민단체가 이렇게 오해 속에 사회적 뭇매를 맞고 있어야 옳을까?”라며 어버이연합을 두둔하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는 최근 언론에서 어버이연합에 대한 각종 의혹을 보도하고 어버이연합이 기자회견을 열어 전경련의 우회 자금 지원 사실을 시인하는 등 지금의 상황을 나열하며 "이게 그럴만한 사안이 맞는가"라고 질문한다.


그러면서 "전경련이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것 자체는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던가? 세상이 온통 반기업정서로 똘똘 뭉쳐 돌아가는 적대적인 기업환경에서 그나마 우호적인 시민단체와 인식을 함께 한 게 뭐가 그토록 큰 문제란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전경련은 어버이연합에 대한 자금 지원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조 이사는 이를 기정사실화하며 글을 적은 것이다.

조 이사는 또 "전경련이나 대기업을 '보험용'으로 좌파단체에 뭉칫돈을 지원해왔고, 이게 한국사회를 취약하게 만든 요인이 아니던가"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좌파단체와 아름다운재단은 음험하기 짝이 없는 세력"이라며 진보 성향 시민단체를 비판했다.

그는 "아름다운재단이 좌파단체들에 대한 '돈 배분의 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서울시가 민주노총 서울본부가 옮겨 갈 건물의 리모델링 비용 35억 원을 전액 지원하기로 했고 매년 1억2000만 원을 별도 지원한다는 사실이 보도됐다"고 주장했다.

조 이사는 해당 글을 통해 "어버이 연합은 대한민국을 옹호하려는 곳"이라고 강조하며 전경련과 어버이연합에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한 주요 진보, 보수 성향 일간지를 '엉터리' 언론이라고 비판했다.

◇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어버이연합 의혹 보도한 기자 '교체'

그에 앞서 K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어버이연합 자금 지원 의혹을 보도한 기자는 하루 만에 돌연 교체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KBS라디오 '황정민의 FM대행진'-'간추린 모닝뉴스' 코너에서 국제부 이재석 기자는 JTBC와 시사저널을 비롯한 언론보도를 종합해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경련이 지난해 말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주인으로 추정되는 계좌에 1억 2000만원의 거액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KBS 복수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당 방송이 나간 직후 라디오국 간부가 와서 "이런 문제 있는 보도를 한 기자를 더 이상 유지시킬 수 없다" 며 즉각적인 교체를 지시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교체 통보에 이재석 기자는 방송을 할 수 없었고, 결국 22일 '간추린 모닝뉴스'는 불방사태까지 빚었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새노조) 측은 "납득할 수 없는 조치"라며 "KBS는 그동안 숱한 인용보도를 해왔다. 인용보도가 문제라면 외신 기사는 모두 문제가 되는 것이고 타 매체 기자도 KBS에 나오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KBS본부와 KBS기자협회는 주말동안 입장을 정리해 25일 성명서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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