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순직한 소방관보다 자살한 소방관 수가 훨씬 많았다. 이 이해할 수 없는 기록을 들고 'SBS스페셜' 제작진은 소방관들을 만났다. 민감한 사안이었던 만큼 그들의 마음을 여는데 긴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들이 전하는 믿기 힘든 이야기가 24일(일) 밤 11시 10분 전파를 탄다.
소방관들은 자신들을 자살로 내모는 일명 PTSD, 즉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의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여전히 70% 이상의 소방관들이 심리치료를 거부해 올 수밖에 없던 속사정이 있다.
"지난 2001년 3월 4일, 소방관 여섯 분이 순직한 홍제동 화재 당시, 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또한 그 상처를 안고 있습니다. 소방관의 아픔에 대한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는 말을 듣고 흔쾌히 참여하게 됐습니다." - 배우 류수영
이번 SBS스페셜의 프리젠터를 맡은 배우 류수영은 소방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제작 소식을 접하고 흔쾌히 제작에 참여했다.
드라마 촬영과 스케줄이 겹치기도 했지만 소방관들과 함께하는 열의를 보인 이유는 앞의 말처럼 그들의 노고를 잘 알기 때문이리라. 프리젠터로서 그가 만난 소방관들은 뿌리깊은 마음의 병을 지난 채 살고 있었다.
국민안전처에서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순직자가 27명, 자살자가 41명라고 한다. 소방관 100명 중 한 명은 하루 종일 죽음을 생각하며 괴로워하고, 40%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이 비정상적인, 인권사각지대를 고발하는 통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렇게 힘들게 사느니 차라리 아이들과 함께 죽고 싶다."
살갑게 다가오는 아이들을 매정하게 밀어내고 남편에게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과연 그녀의 마음을 좀 먹고 있는 사연들은 무엇일까. 그녀의 내면 깊은 곳의 상처를 들여다본다.
한 명의 소방관이 지켜야하는 국민의 수는 1300명이다. 그래서 미국의 경우 각종 재난현장에서의 안전 1순위는 바로 소방관이다. 국민들을 위해 보다 더 자신을 우선시해야 하지만, 현장에서 애타게 자신을 기다릴 사람들을 떠올리면 먼저 몸이 나선다고 말한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채 맞이하게 되는 죽음들은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기억은 병으로까지 번지게 된다. 바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이 위험한 병은 소방관들로 하여금 자살을 생각하게 만드는 큰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평균 수명이 가장 짧은 공무원인 소방관, 그들이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요인들은 셀 수 없이 많다. 이로 인해 본인도 모르는 사이 죽음을 결심하고 술에 의존하게 되며, 잠에 들 수 없을 만큼 괴로워한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그 치유의 길을 SBS스페셜이 모색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