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2P 금융, 저금리 시대 대안 투자처로 각광

가파른 성장세…6대 P2P 업체 누적투자액 700억 돌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서울의 한 병원 직원 A(35) 씨는 재테크를 위해 한때 주식과 펀드 투자에 집중했다.

주식의 경우 근무 시간 중에도 증권사 사이트에 접속해 궁금한 시황을 파악하느라 주변 사람 눈치를 살펴야 했다.

그렇게 매일 마음을 졸여도 한순간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는 게 주식 투자였다.

펀드는 한 번 돈을 묻어두면 주식보다 마음은 편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다 알게 된 게 온라인상에서 대출 희망자와 돈을 빌려줄 투자자를 직접 연결하는 P2P 금융이었다.

일단 투자를 하면 따로 신경을 쓸 일없이 정해진 투자 기간에 다달이 원리금이 입금됐다.

수익률은 실제로 업체가 홍보한 대로 10% 안팎으로 높았다.

A 씨는 23일 "투자한 돈이 대출 희망자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게 아니라 여러 명으로 분산 투자되는 만큼 부도에 따른 원금 손실 위험도 그리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투자를 반복하면서 P2P 금융에 매료된 A씨는 아내까지 동참시켰고 가까운 지인들에게도 P2P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

A 씨는 "현재 직장인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안정적이고 편리한 투자 방법의 하나가 바로 P2P"라고 말했다.

저금리와 경제 불확실성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유명 P2P 금융업체들로 몰리고 있다.

P2P '렌딧' 홈페이지
지난해 7월 15일 렌딧(www.lendit.co.kr)이 처음 내놓은 모집 금액 3억 원짜리 1호 포트폴리오 참여 투자자 수는 48명에 불과했다.

렌딧은 대출 희망자들에게 회사 자금으로 먼저 돈을 빌려준 뒤 이들 채권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자를 모집한다.

그러나 약 8개월 만인 지난 3월 9일 나온 8호 포트폴리오는 모집 금액이 13억 8000만 원으로 커졌고 558명의 투자자가 참여했다.

P2P '8퍼센트' 홈페이지
8퍼센트(www.8percent.kr)는 2015년 6월 10억 원이던 누적투자금액이 23일 현재 190억 원을 넘어 그야말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총 투자자 수는 7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하지만 P2P 금융에 관심이 커지면서 관련 금융사기도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감독원은 이미 지난해 11월 "P2P 등 최신 금융기법인 것처럼 속여 자금을 모으는 불법 유사수신행위가 발견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아직 국내에는 P2P 금융에 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어 투자자 보호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제기되는 것이 제도화한 금융당국의 P2P 금융 규제 필요성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도 "P2P 금융은 이제 막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단계로, 아직 규제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으로 P2P 금융 성장 상황을 봐 가면서 금융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투자자 보호 문제도 중요해지면 그때 가서 제도화를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국내 6대 P2P 금융업체(렌딧, 8퍼센트, 펀다, 빌리, 테라펀딩, 어니스트펀드)의 누적투자액 즉, 누적대출잔액은 이달 현재 710억 원에 이른다.

임종룡 위원장 말대로 국내 대출 시장에서 P2P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우리나라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141조 8337억 원이다.

하지만 P2P 금융이 금리 10%대 '중금리 대출'이라는 특정 분야에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이 감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P2P 금융이 전통적 대부업이 아닌 첨단 핀테크를 기반으로 하는 새 영역인 만큼 정부의 핀테크산업 육성 방침에 합당한 조기 제도화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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