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권 헛점' 조폭들에 뚫려…법령 개정 시급

조직폭력배들에게 점거됐던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
#1. 청주지법은 지난 2014년 12월 허위 유치권 행사로 100억대 건물을 헐값에 팔아넘긴 혐의로 기소된 A 씨 등 2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경매에 나온 160억 원 상당의 종합병원은 이들이 신고한 허위 유치권으로 인해 잇따라 유찰돼 33억여 원에 낙찰됐다.

#2. 의정부지검은 최근 펜션에 허위 유치권을 신고해 1년간 무단 점거하며 소유주로부터 10억 원을 뜯어내려 한 혐의로 하남지역 조직폭력배 행동대장 B 씨 등 2명을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대법원으로부터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뒤에도 점거를 이어가다 결국 검거됐다.

경매에 나온 부동산에 한해 빚을 받을 때까지 해당 재산을 점유할 수 있는 유치권 제도가 점차 교묘한 수법으로 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주로 유치권을 악용한 범죄는 A씨처럼 허위로 신고한 뒤 잇따른 유찰로 매물의 가격을 폭락시켜 제3자를 통해 헐값에 낙찰 받는 수법이었다.

특히, 건설업자인 A씨는 파기된 63억 원짜리 공사 계약서를 이용해 법원에 허위 유치권을 신고한 뒤 법조 브로커까지 동원해 8번에 걸친 고소·진정에서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런데 A씨와 달리 아무런 연관도 없는 건물에 허위 유치권을 행사해 1년간 점거한 사건이 발생했다.

하남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B씨 등 조직폭력배 2명은 경매에 나온 경기도 가평의 한 펜션을 노리고 10억 원에 달하는 유치권을 신고했다.


조폭들은 유치권 신고에 필요한 공사대금채권도 없이 견적서와 허위 영수증들만 갖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펜션을 낙찰 받은 소유자는 조폭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수차례 신고를 받았지만, 이들의 소송 결과가 나오기 전까진 끼어들 수도 없는 상황.

조폭들은 소송에서 패소해도 판결에 재차 불복하는 등 최대한 시간을 끌며 10억 원을 요구했다.

소유자 측은 아무런 권리도 없는 조폭들에게 앞으로의 피해를 생각해 3천만 원도 제시했지만 거절 당했다. 그동안 조폭들의 행패로 영업은 어려워졌고 일부 직원들마저 퇴사했다.

조폭들은 대법원으로부터 패소 확정 판결을 받은 뒤에도 1년가량 점거를 이어가다가 수사에 착수한 검찰에 모두 구속 기소됐다. 소유자 측은 임대료와 강제집행 비용 등 1억 4천여만 원의 피해를 입은 뒤였다.

소유자 측 관계자는 "유치권이 있다고 하면 공사대금채권과 세금계산서 등 서류가 반드시 있어야 되는데 전혀 없었다"며 "실제 유치권이 있었다면 경매에 참여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건으로 유치권 제도의 헛점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경매에 나온 매물이라면 누구나 쉽게 허위로 유치권을 신고할 수 있는 것이다. 심지어 민사소송은 패소해도 형사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검찰은 이처럼 허위 유치권을 신고하고 무단 점거하면 처음부터 민·형사상 책임을 함께 물게 하는 방법이 가장 최선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처럼 작정하고 소송 불복 등으로 시간을 끌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법무부는 지난 2013년 7월 등기가 끝난 부동산에 대해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개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법무법인 담우의 남중구 변호사는 "원래 유치권은 공평의 관점에서 물건의 반환에 거절할 수 있는 권리인데 등기제도로 보호되는 부동산에까지 인정함으로써 그 폐해가 큰 상황"이라면서 "유치권의 남용을 막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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