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 오후 5시 30분쯤 한 대학교 도서관 어딘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살려 주세요' 하는 소리가 들렸어요. 그래서 '어디냐'고 제가 물었고 '1층'이라고 그래서 뛰어 나갔죠." - 도서관 직원 인터뷰 중
"살려 달라"는 소리에 달려 나간 곳에는 한 여학생이 있었다. 그녀의 상태는 심각했다. 턱에 깊게 난 상처, 그리고 오른쪽 발목은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조사 결과, 구조 요청을 했던 학생은 올해 입학한 신입생 김세영(가명) 양이었는데, 세영 양이 도서관 4층에서 투신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가 자살을 하려고 했잖아요. 근데 떨어져서 다치고 '살려주세요' 했던 그 부분만 기억 나요. 그때 그 기억이 아예 없어요, 지금. 하나도 기억이 안 나요." - 김세영 양 인터뷰 중
세영 양이 도서관에 들어오던 때는 오후 5시 13분, 그리고 발견된 이후 경찰에 신고 된 시간은 5시 27분이었다. 떨어지기 전 14분 동안 있었던 일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날 기억을 잃을 만큼 세영 양에게는 어떤 심각한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세영 양의 말에 따르면, 사건이 있던 날은 하루 종일 수업이 이어졌다. 오전부터 시작된 수업은 오후 3시가 돼서야 끝났고, 학과 교수님과 선배들이 인사를 나누는 취지의 대면식에 참여했다. 그런데 평범할 줄 알았던 대면식은 세영 양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대면식이) 그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인신공격이랑 욕이란 욕은 다 했어요. 다리가 벌벌 떨렸어요." - 대면식에 참여했던 세영 양의 동기 인터뷰 중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세영 양의 투신사건을 취재하면서 현재 대학 내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소위 '군기잡기'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
"선배가 내 SNS에 글을 썼는데 까먹고 댓글을 안 쓰면 바로 다음날 연락 와요. 그리고 집합을 한 뒤에 선후배간의 기본적인 예의를 안 지켰다고 폭언을 하죠." - 제보자 A
"매주 일요일, 정해진 시간에 집합을 시켜요. 군대와 다를 바가 없어요." - 제보자 B
"입에 막걸리를 머금고 얼굴에 뿜었는데, 선배님께서 얼굴에 내뿜을 때 눈을 감거나 더럽다는 표정을 지으면 얼차려를 받았어요." - 제보자 C
신입생부터 졸업생까지 수십여 건의 제보가 들어왔다. 전국 각지의 대학, 다양한 과에서 온 제보들이었다. 그 내용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리고 취재가 막바지에 이르던 어느 날 제작진은 군기잡기로 고통 받고 있다는 한 신입생으로부터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매년 3월,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대학 내 군기잡기. 대학이라는 그들만의 사회 속에서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짚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