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중장기 재정전략 및 재정개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복지·문화·국방 분야 재정은 강화하되, SOC(사회간접자본)·산업·농림 분야 지출은 효율화하는 등 10대 분야별 재정개혁 방안이 제시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논란을 불러온 이른바 '증세 없는 복지' 기조를 이어간다는 것이다.
특히 교육 부분 재정개혁 과제로는 '지방교육재정 책임성 강화'를 내세웠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서 교육세 재원을 '지방교육정책지원 특별회계'로 분리, 누리과정 용도로만 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국세의 20.27%와 교육세로 조성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가운데 국세인 교육세 재원을 '특별회계' 예산으로 만들어, 누리과정이나 초등 돌봄교실 등에만 사용하도록 못박는 내용의 특별회계법을 추진하기로 한 바 있다.
이미 새누리당 류지영 의원의 대표 발의로 관련 법안이 상임위에 올라와있는 만큼, 한 달여 남은 19대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한다는 게 정부측 구상이다.
하지만 원내 제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비롯, 야권 전체가 총선 공약 등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은 국고로 지원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정부측 구상이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누리과정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다니는 3~5살 영유아에게도 월 22만원의 보육비를 지원하는 정책으로, 박 대통령의 '0~5살 보육 및 교육 국가완전책임' 공약에 따른 사업이다.
교육부 역시 지난 2015년도 예산안 편성 때까지만 해도 "주요 국정과제인 누리과정 사업에 국고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에 예산 2조 2천억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최경환 기재부 장관은 "2013년도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결손액 2조 7천억원을 내년까지 갚아야 한다"며, 외려 교부금까지 전년보다 1조 3475억원 줄여버렸다.
이후 누리과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기조는 시도 교육청에 예산 부담을 전가하는 방향으로 일관돼왔고, 이 과정에서 각종 시행령을 뜯어고쳐 압박을 가했지만 상위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특별회계법을 제정해 논란의 불씨를 없애버리겠다는 것이지만, 현재로선 실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 '여소야대'인 20대 국회가 열리기 전에 강행을 추진한다 쳐도 총선 패배 이후 여전히 내홍에 싸인 새누리당 상황을 볼 때 녹록치 않다.
시도교육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보육대란의 책임소재를 명확히 물었음에도 중앙정부는 여전히 막무가내식 밀어붙이기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며 "20대 국회가 열리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교육청과 여야과 머리를 맞대고 근본 해법을 논의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