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모델 A씨가 MBC와 외주제작사 등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2일 밝혔다.
MBC는 2014년 9월 한 프로그램에서 영화배우 이병헌씨가 두 명의 여성으로부터 50억 원을 주지 않으면 촬영한 음담패설 동영상을 유포하겠다는 내용의 협박을 받았다고 고소한 사건을 다뤘다.
당시 화면에는 A씨가 한 패션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무대 위를 걷는 영상이 6초 동안 나왔는데, 이 중 4초 동안은 A씨를 정면 등 여러 방향에서 촬영한 부분이었다.
일부 모자이크 처리가 됐지만 아주 약해 대략적인 얼굴 윤곽과 헤어스타일, 의상의 종류와 색, 걷는 자세가 쉽게 구분이 가능했다.
'자료화면'이라는 화면 한편의 글자 크기는 '또 다른 피의자는 모델 A양'이라는 자막보다 훨씬 작았다.
1심은 MBC 등이 정정보도하고 위자료 2천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지만, 2심은 "피의자가 A씨라는 사실을 적시하거나 그러한 사실의 존재를 암시했다고 볼 수 없다"며 MBC 측이 패소한 부분을 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패선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의 특성을 감안해보면, 적어도 A씨의 주변 사람들이나 제작진, 참가자는 물론 시청자들도 A씨라는 걸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봤다.
또 신원이 공개됐던 걸그룹 출신의 한 피의자 영상에 이어 A씨가 등장하는 패션모델 오디션 프로그램 화면이 나와 시청자들이 A씨를 또 다른 피의자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고 대법원은 설명했다.
이병헌씨를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실제 피의자였던 모델 이모(26)씨는 지난해 항소심에서 징역 1년 2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함께 기소된 걸그룹 멤버 김모(23)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