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기 민간인학살 유해발굴 공동조사단'에 의해 지난 2월 충남 홍성 광천의 폐광에서 발굴된 60여 구의 유해가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50년 10월에 학살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들은 현재 현장 인근에 마련된 컨테이너 박스에 안치된 상태다.
정부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데다, 임시 안치소를 마련한 충북대마저 기존 안치된 유해마저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거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것.
한국전쟁유족회 조동문 사무국장은 "충북대 측이 오는 6월까지 임시 안치소를 비워줄 것을 통보한 상태"라며 "정부가 아닌 민간 차원의 발굴이라는 점에서 어찌할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대학에 안치된 유해들을 인근 세종시의 한 추모시설로 옮기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하지만,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활동을 시작한 진실과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위령시설 조성을 권고했고, 당시 정부는 서울대에 관련 용역을 맡겨 대전 산내 골령골과 경기 고양 금정굴, 충남 공주 살구쟁이, 경북 경산 코발트 광산, 충북 청주 남일 분터골 등 5개 지역을 위령시설 후보지로 결정하기도 했다.
문제는 의지였다.
"(역사에 만일은 없겠지만) 지난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했다면 관련 사업이 추진됐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흐지부지되고 말았다"는게 조 국장의 주장.
"경찰에 의해 트럭에 실려와 담산리 중담마을 한복판에서 한밤중에 총살된 후 인근 금광 구덩이에 암매장됐으며, 매장된 시신 모두 수습되지 못한 상태로 방치돼있다"는 목격자의 말에 따라 66년 만에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본 60여 구의 유해들,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외면과 차가운 냉대 뿐인 셈.
조 국장은 "컨테이너에 안치된 유해의 보관 상태가 매우 열악한 수준으로 희생자들의 넋이 영구적으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위령시설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이와 함께 아직 발굴되지 못한 유해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된 희생자는 전국적으로 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학살이 인정된 경우는 2만여 명 남짓. 그나마 유해가 발굴된 경우는 2100여구에 불과하다. 하지만 진실화해위가 활동을 종료한 뒤 정부는 이에 대한 별다른 활동을 펼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