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러지는 씨디(CD) 수백장으로 벽면을 채운 것. CD의 반짝이는 면이 햇빛에 반사될 때마다 담장 전체에서 빛이 났다.
이 CD 한 장 한 장에는 또 다른 비밀(?)이 있다.
그것은 바로 '헌법'. 전교생 42명이 대한민국 헌법 130개 조항을 직접 썼다는 것.
폐CD를 활용해 학교 공간을 바꿔보는 과정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지만, 헌법을 접한 아이들의 반응은 문 교사에게도 뜻밖의 것이었다고 했다.
헌법 조항을 직접 쓰고, 벽화 작업에도 참여한 3학년 김아영 학생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3학년 김정호 학생은 "헌법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며 "제가 대한민국 사람,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가 아닐까"라는 답을 내놓기도 했다.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130개 조항이나 있는지도 몰랐지만 직접 쓰고 느낀 헌법은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었다.
문소향 교사는 "쉬는 시간이면 삼삼오오 담장 앞에 모여 자신과 친구들이 쓴 것을 살펴보고 읽기도 한다"며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학교를 직접 단장하고, 헌법의 의미를 되새기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주인의식'도 더 높아졌다고 했다.
'헌법 벽화'를 품은 담장은 학교에서도 방치되고 인적이 뜸했던 곳으로 꼽혔다.
김정호 학생은 '우리 헌법도 이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무도 보지도, 청소하지도 않는 곳이었는데 저희가 페인트칠을 다시 하고 깨끗하게 해서 빛나게 만들었거든요. 그것처럼 헌법에 대해 잘 알지도, 관심도 없는 환경도 달라졌으면 좋겠어요."
방치됐다 달라진 학교 담장처럼 헌법에도 '눈길과 손길'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4년에 한 번, 특별한 날만이 아닌 늘 가까이에서 느끼는 헌법이 됐으면 하는 아이들의 바람이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