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주 "시장님, BIFF는 시장님 것이 아닙니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변영주(영화감독)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영화제, 아니, 아시아의 대표 영화제로 자리잡았던 부산국제영화제가 결국 반쪽짜리 영화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습니다. 논란을 거슬러 올라가면 2014년부터입니다. 당시 세월호 영화 <다이빙벨>을 이용관 위원장이 상영을 한 뒤에 희한하게도 국고지원금이 반으로 삭감됩니다. 그러더니 중앙으로부터 감사가 들어오고 결국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죠. 영화인들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지켜달라고 외치면서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여기까지가 딱 한 달 전까지의 상황이죠. 그런데 그제 부산시가 보이콧한 영화인들 없이 영화제를 치르겠다고 발표를 합니다. 지금 영화인들이 상당히 격앙돼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감독들의 목소리가 큽니다. 오늘 화제 인터뷰에서는 변영주 감독을 직접 만나보죠. 변 감독님, 나와 계세요. 안녕하세요.

◆ 변영주> 안녕하세요.

◇ 김현정> 보이콧에는 대략 몇 명 정도나 참여를 하고 있는 겁니까? 혹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 겁니까?

◆ 변영주> 전체 투표를 다 했었어요. 그래서 한 90% 이상이 지지를 했고 나머지 10%도 반대가 아니라 보이콧 후에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사실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많은 영화인들이 보이콧 선언을 한 거죠.

◇ 김현정> 그러네요. 그 자랑스럽던 영화제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지금 영화인들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이 상황을.

◆ 변영주>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래된 영화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가 됐던 이유는 아시아의 다른 영화제들의 바로 이런 문제. 지원을 하는 시에서 간섭을 하거나 프로그램을 독립적으로 하지 못하거나 너무나 강화된 심의 때문에 상영하지 못하는 영화들이 생기면서 무너져 내린 거고 그 와중에 자유롭게 영화를 상영하던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허브가 되게 된 거거든요. 그런데 바로 그 생명줄 같은 이 영화제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근거를 시장님과 또 중앙에서 건드린 거죠.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면 예를 들어서, 세월호와 관련해서 정부는 하나도 잘못 없고 정부 때문에 이렇게 잘 된 거고 그나마 이렇게 된 거다라는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프로그래머가 선정을 했다고 치죠. '나는 그 영화 별로야'라고 할 자유가 있는 거지. 그 영화를 영화제에서 상영하지 못하게 만들 자유는 없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럼 지금 이 상황에서 부산영화제 참여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보세요, 영화인들?

◆ 변영주> 정말 마음이 아파요. 그러니까 뭐 고향이 강원도건 서울이건 광주건 많은 영화인들에게 "너한테 제2의 고향이 어디야"라고 하면 아마 다들 부산이라고 할 거예요. "나는 부산영화제에서 봤던 그 영화 때문에 감독이 되고 싶었어", "나는 내 첫 단편영화를 부산에서 상영했던 그 순간을 잊지 못해". 사실은 저희 감독들 입장에서 가장 언제나 중요하고 고맙고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는 유일한 분들은 우리의 영화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이에요. 그런데 그런 분들과 즐겁게 만나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공간을 우리가 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 우리가 정말 즐거운 일일까요?

◇ 김현정> 그런데 부산시가 그제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떻게든 올해 영화제는 개최하겠다, 10월에. 그때까지 오해를 풀어라. 오해다. 영화인들 마음을 되돌리겠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변영주> 오해라고 말씀을 하시는 게 정말 얼토당토하지 않고요. 세상에 우연이라는 게 중첩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왜 다이빙벨을 상영하겠다고 하고 나서 곧 예산이 삭감이 되고. 갑자기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오고, 영화제 전체 사람들을 한 명, 한 명씩 소환하기 시작하고, 이런 것들이 오해라고 한다면 만약 이게 영화로 이런 건 다 오해라고 한다면 영화를 보신 관객분들은 그날 밤에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를 마구 씹으시겠죠. 사실은 그 문제가 터졌던 2014년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영화인들이 부산영화제를 찾아가고 함께했던 것은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예요, 시장님한테. 우리 영화인들이 얼마나 이 영화제를 사랑하는지를. 그런데 그것을 정말 무시하신 처사고, 심지어 지금 부산시에서는 부산시민들과 또는 부산에서 영화를 하는 지역 영화인들과 한국에서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 전체를 다 막 자꾸만 분리하잖아요.

◇ 김현정> 그 부분인데 말이죠. 그러니까 부산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번에 신규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던 68명이 있었어요. 거기에는 지금 변영주 감독도 위촉이 돼셨었죠.

◆ 변영주> 맞습니다.

◇ 김현정> 그 68명에 대해서 부산시가 "이 사람들 안 된다"면서 법원에다가 집행정지 가처분 소송을 내면서 한 말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수도권의 몇몇 영화인들이 좌지우지하기 위해서 지금 이렇게 대폭 수 늘리고 이렇게 한 거 아니냐.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시민의 것이다", 이런 말을 했거든요.

◆ 변영주> 시장님께 정말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요.

◇ 김현정> 어떤 겁니까?

◆ 변영주> 부산이 어디 멀리 떨어진 섬에 인구 한 2000명 정도의 섬마을인 것도 아닌데, 어디 출신이다라는 것으로 부산 사람이냐 아니냐가 나뉠 수 있습니까? 부산은 이미 국제도시인데. 그리고 무엇보다 단 하나 명백한 건, 이 영화제가 부산시장님의 것은 아닙니다. 심지어 시장님이 시장 되신 지 2년밖에 안 됐죠. 그러면 부산시민과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시는 관객분들 중에서 시장님만 부산국제영화제에 무언가 한 게 가장 짧은 거예요.

◇ 김현정> 지금 그러면 부산시장님이 가장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하려고 하고 있다. 휘두르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거예요?

◆ 변영주> 그렇다고 저는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본인이 조직위원장이었을 때 프로그래머들의 독립성을 해친 점에 대해서 먼저 사과부터 하시는 게 옳다고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참 마음이 많이 아픕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부산만의 것도 아니고 영화인들만의 것도 아니고 영화팬 모두의 것이고 국민 모두의 것이고, 더 나아가면 이건 아시아의 영화팬들 모두의 것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 변영주> 맞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런 영화제가 지금 이렇게 흔들리고 있다는 게 너무 마음 아프고. 어떻게 정리해야 된다고 생각하세요?

◆ 변영주> 저는 정말 지금이라도 시장님께서 직원들의 목소리 말고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셨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아시아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팬들의 영화제로 만들어주셨으면 좋겠고. 무엇보다도 부산시민 옆에 있는 것은 죄송스럽지만 시장님이 아니라 저희 영화인들이라고 저희들은 생각합니다.

◇ 김현정>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변영주> 감사합니다.

◇ 김현정> 변영주 감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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