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민주 김종인 비대위대표가 "조건부 기업 구조조정 필요성"을 언급하기 무섭게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거시적인 구조개혁이 우선"이라며 맞불을 놓고 나선 것.
20일 김종인 대표가 "정부가 우리 산업의 체질을 서서히 강화하고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길 기대한다. 더민주도 적극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언급한 직후 안철수 대표가 "지금은 필요한건 미시적인 구조조정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구조개혁"이라고 받아친데 이어 양당은 21일에도 경제이슈 선점경쟁을 이어갔다.
구조조정 이슈를 선점한 더민주는 이날 조건부 찬성입장을 밝힌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후속 대책을 위한 당내 기구를 설치 입장을 밝혔고, 이 문제와 관련 정부와 협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종인 대표는 "앞으로 당 차원에서 좀 더 진지하게 연구를 해서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할 것"이라며 "내일(22일)쯤 관련 기구를 구성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큰 기업도 거의 도산 위기인 것을 외면할 수 없다"며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든지 빨리 초석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국회법을 개정해 미래일자리위원회를 상임위 형태로 국회에 설치하자고 제안하는 등 또 다른 경제 정책 주도권 확보에 나선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는 "국회에 미래일자리위를 상설특위(상임위원회)로 만들어 미래 먹거리 발굴과 여기에 맞는 인력을 공급하기 위한 교육과 직업훈련에 필요한 종합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실행내용을 점검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 혁신적인 청년창업지원제도 구축과 △ 벤처기업 자금조달부담 경감을 위한 '중간회수제도' 활성화 △ 민간주도의 인수합병전문중개기관 도입 등도 함께 제시했다.
안 대표는 또 "(정부가) 여전히 대기업 중심의 발상을 하고 있다. 그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풀 수 없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당장 드러난 실업, 불경기 문제도 해결할 수 없고 닥쳐올 위기도 넘어설 수 없다"고 구조조정과 구조개혁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두 야당이 경제정책 경쟁에 나선 것은 경제 문제를 풀 수 있는 수권정당 이미지를 구축해 야권 주도권 경쟁에서 앞서함은 물론 1년 8개월 남는 대선 경쟁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우위를 점하겠다는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야권의 이런 움직임에 새누리당은 일단 긍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김정훈 정책위원회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구조조정 구조개혁, 이런 부분은 우리가 추진한 것에 대해 야당 호응한 것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야권의 이런 태도가 내년 대선을 의식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기존에 여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경제이슈를 야권에 빼앗긴 것에 대해 씁쓸한 반응도 내비쳤다.
20대 국회에서 두 야당은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협력하겠다고 밝혔지만, 야권재편 주도권 쟁취를 위한 양당의 경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