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화기능 안 좋은데 빵 먹고 가루 흘려서"…법원 "죄책 중해"
"훈계한다는 명목이더라도 사망에 이르게 한 죄책이 중하다. 부모를 비롯해 누구에 의해서나 어떤 상황에서도 경시할 수 없는 어린 아동의 소중한 생명을 빼앗은 점에서 이 사건 범행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대구고법 재판부는 21일 다섯 살 딸을 발로 차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기소된 회사원 A(33)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이같이 지적했다.
말을 잘 듣지 않는 딸의 행동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발길질을 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결과에 비추어 책임이 무겁다고 판단했다.
태어나자마자 다른 가정에 입양된 A씨의 딸 B양(사망 당시 5살)이 다시 A씨 부부와 같이 살게 된 것은 2013년 10월께다.
입양 가정에서 파양(양자 관계의 인연을 끊음)을 선언해 만 3년 만에 다시 친부모 품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B양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고 위축된 상태였다.
B양이 무엇을 먹어도 잘 소화하지 못하는 등 소화 기능이 좋지 않자 A씨는 잔소리를 달고 살았다.
사건이 발생한 날도 B양이 피고인이 잠든 사이 빵을 먹은 것이 발단이 됐다.
지난해 10월 5일 오후 2시 20분께 집에서 잠을 자다 깨어난 A씨는 B양이 소화가 잘 안 되는 데도 빵을 허락 없이 먹고 빵가루를 바닥에 흘린 것을 보고 대뜸 화가 났다.
"왜 아빠하고 있을 때만 뭘 그렇게 먹고 이러냐"고 소리치면서 발로 B양의 배 부위를 걷어찼다. B양은 바로 바닥을 나뒹굴었다.
A씨는 키가 180㎝가 넘고 몸무게가 100㎏ 가까이 나가는 큰 체격이다. 반면 B양은 당시 키 106㎝에 몸무게가 16㎏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체격이 왜소했다.
한 차례 발길질 뒤에도 폭행은 이어졌다. "또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라고 하면서 재차 발로 B양의 배 부위를 찼고, 다시 일어난 B양이 다그치는 데도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한 차례 발로 가격했다.
A씨는 3차례 폭행으로 B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서야 당황하기 시작했다. 직접 119에 신고를 했으나 이미 숨소리가 멈춘 뒤였다.
B양은 간, 췌장 등 복부 손상에 따른 심폐기능 정지로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께 숨졌다.
법원은 "연약한 어린 나이의 피해자가 친부의 폭행으로 몸이 날아가 바닥에 부딪힐 정도로 강한 충격을 입어 결국 채 꽃을 피우지도 못한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스스로 신고했고 초범인 점, B양 건강이 좋지 않은 데다 많지 않은 피고인 수입으로 피해자 등을 양육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던 점, 아내를 비롯한 가족이 피고인 선처를 간절히 탄원한 점 등은 양형 요소로 고려했다.
그러나 이런 사정들을 종합하더라도 1심 형량은 절대 무겁지 않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은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량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한다"며 "형이 너무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