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은 "경쟁사의 국내 콘텐츠 투자는 비난하면서 정작 KT는 유명 애니메이션 콘텐츠 수입에 올인했다"면서 "자기가 하면 되고 남은 안되는 아전인수식 행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K텔레콤에 대항, 미디어 시장 주도권을 갖기 위해 KT가 와신상담한 결과"로 보는 목소리도 컸다.
◇ 유료방송 1위 KT, 케이블 업계와 '상생 방안' 마련한다더니…글로벌 업체와 '맞손'
KT는 내달 3일부터 '드림웍스 채널'을 올레tv와 올레tv모바일로 단독 제공한다고 20일 밝혔다. 드림웍스는 '슈렉',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 '장화 신은 고양이' 등으로 유명한 글로벌 애니메이션 제작사다. 드림웍스는 스핀 오프(spin-off) 등 오리지널 TV 시리즈로 홈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이를 바라보는 SK텔레콤은 심기가 다소 불편하다. 그동안 KT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과의 인수합병으로 추진될 콘텐츠 투자 계획에 대해 '콘텐츠 독점'이라는 굴레를 씌우며 거세게 반발해왔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KT의 드림웍스 단독 채널 론칭은 사업자 간 콘텐츠 경쟁으로 소비자에게 볼거리를 풍부하게 한다는 점에서 당연하고 바람직하다"면서도 "그간 CJ헬로비전과의 합병 결사반대가 자사 서비스 경쟁력 제고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목적은 아니었는지 의심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KT는 지면 광고까지 내면서 'SK텔레콤의 콘텐츠 투자가 중소 제작사와 창작자의 의욕을 꺾는다'고 비방하는 한편, 'KT는 케이블 업계와의 진정한 상생 방안을 조만간 내놓을 것'이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KT는 이로부터 5개월 뒤 '진정한 상생 방안' 대신 글로벌 애니메이션 업체와 콘텐츠 제휴 발표했다. 업계에서 "KT가 유료방송 1위 업체이면서도 국내 중소 콘텐츠 제작사나 창작자를 위한 미디어 생태계 활성화 계획은 없고 자사 잇속 챙기기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는 이유다.
반면, SK브로드밴드는 최근 7년 동안 국내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획부터 투자 및 공동제작자로 참여해 '뽀롱뽀롱 뽀로로', '로보카폴리', '라바' 등 다양한 포맷의 애니메이션 히트작을 발굴해 왔다. 또 2년 전 '애니 버라이어티' 사업을 발족, 2개 작품에 30억을 지원하기도 했다.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에 대한 찬반 의견은 분분하지만,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 활성화에는 SK텔레콤이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다.
◇ KT "SKT가 불 지핀 미디어 경쟁에 막대한 콘텐츠 비용 부담하며 와신상담한 것"
KT의 드림웍스 제휴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 추진이 미디어 시장에 본격적인 경쟁의 불을 지핀 것"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현재 SK텔레콤에 무선 사업자 1위를 내준 KT는 유선 사업자 부문에서 1위(680만)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SK브로드밴드(330만 가구)와 CJ헬로비전(420만 가구)이 통합되면 단순 수치상 750만 가구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하게 된다. 올레tv와 스카이라이프를 운영하는 KT와 약 100만 가구 차이도 나지 않는 상황이다. 순식간에 유선 1위 사업자 자리를 뺏길 위기에 놓인 것이다.
이는 KT가 그간 SK텔레콤을 상대로 집중포화를 날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드림웍스의 주요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단독 채널을 3년간 '독점' 송출하는 등 '와신상담'한 결과라는 것이다.
KT 마케팅부문장 강국현 전무는 드림웍스 이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의 유료방송은 여전히 적자"라면서도 "그 정도로 콘텐츠 수급에 비용이 많이 들지만 미디어 산업 경쟁의 핵심은 콘텐츠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앞서 드림웍스는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여러 유료방송 사업자들을 물색했고, 그중 KT를 독점 제휴사로 택했다. 경쟁사 중 KT가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 전무는 SK텔레콤 콘텐츠 투자 계획을 독점이라 비난했으면서 해외 기업과 손을 잡은 것에 대해 "애니메이션은 다르다.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에게 풍부한 감성을 주고 폭력성도 없다. 이런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이미 올레 TV에 애니메이션 전용 채널이 11개나 있고 드림웍스는 그 중 하나일 뿐"이라며 논란을 일축했다.
LG유플러스도 KT의 드림웍스 채널 독점 방영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라며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LG유플러스 측은 "드림웍스의 규모가 커서 그렇지, 올레 tv 채널에 한 제작사의 콘텐츠가 송출되는 것일 뿐"이라면서 "tvN, 엠넷 등을 보유한 방송채널사업자(CJ E&M)에 알뜰폰까지 가진 거대 사업자와 인수합병하는 SK텔레콤과 비교될 사안은 결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