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으로 4년 임기를 마치고 20일 퇴임한 정 위원은 이날 한국은행에서 열린 이임 인사말에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예전과 같지 않아서 성장경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게 됐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여러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해 사상최저수준까지 내렸지만 경기회복세는 여전히 미약한 상황"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정 위원은 "그동안 위기를 맞을 때 마다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하다보니 인구의 고령화, 고용시장의 경직성, 교육시스템 비효율성 등 국가 백년대계를 위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개선하는 데는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우리 경제는 "두터운 먹구름이 꽉 낀 형국"이라며 "자연상태의 먹구름은 태풍이 불거나 소나기가 내리면 없어지지만 우리 사회에 낀 먹구름은 우리 스스로의 변화 없이는 해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함께 이임하는 하성근 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중앙은행의 정책 수단이 제한돼 있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한정된 정책 자원을 사용하더라도 파급효과를 키울 수 있도록 한은의 신뢰와 위상, 권위를 더 높일 수 있는 무형적인 신뢰자본을 더 개발하고 정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이임식에는 퇴임하는 하성근, 정해방, 정순원, 문우식 위원 외에 이주열 총재와 장병화 부총재를 비롯한 간부들이 참석했다.
또 "최근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은 각자 도생의 제로섬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라며 "이런 상황에 실기하지 않고 제대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런 차원에서 다른 부처나 일반 국민과의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주열 한은총재는 "재임기간에 세월호사고와 메르스사태, 국제유가 급락, 중국경제 불안, 북한리스크 등으로 정책결정의 어려움이 많았지만 금통위원들의 풍부한 식견과 경륜, 깊은 통찰력으로 경제 여건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