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까지 포항 스틸러스는 황선홍 감독의 지도로 ‘스틸타카’라는 확실한 브랜드를 유지했다. 포항이 자랑하는 강력한 유소년 축구와 결합한 황선홍 감독의 ‘스틸타카’는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냈다. 포항이 매년 줄어드는 모기업의 지원에도 꾸준하게 리그에서 상위권 성적을 내고 ‘아시아 챔피언’에 도전할 기회를 얻은 것도 이 덕분이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이 떠난 포항은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해야 했다. 황선홍 감독의 빈자리를 대신한 주인공은 최진철 감독. 17세 이하 월드컵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낸 그는 K리그를 대표하는 클럽에서 분명한 성과를 낸 전임 감독의 공백을 완벽하게 대신해야 하는 역할에 도전했다.
물론 시작부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황선홍 감독의 이탈에 이어 고무열(전북)과 김승대(옌볜) 등 주요 선수들이 어김없이 이탈했다. 우려 속에 최진철 감독은 새로운 방식의 축구를 포항에 도입하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선보였다.
포항이 자랑하는 ‘스틸타카’에 자신만의 특징인 ‘스피드’를 더하겠다는 자신감을 분명히 했지만 전임 감독의 색이 분명했던 포항이라는 점에서 최진철 감독의 과감한 시도는 출발부터 삐걱댔다. 기존의 포항 선수들은 최진철 감독이 추구하는 새로운 축구에 생각만큼 빠르게 적응하지 못했다.
기존의 아기자기한 축구에 최적화됐던 선수들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길어지는 과도기는 곧 위기였다. 더욱이 최진철 감독이 올 시즌 포항의 축구를 이끌 새로운 리더로 낙점한 미드필더 손준호가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 사실상 남은 경기에 출전할 수 없는 큰 부상을 당한 것도 분명한 악재였다.
결국 최진철 감독은 시즌 초반 변화를 선택했다. 지난 1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광저우 헝다(중국)와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H조 5차전에서 과감한 시도에 나섰다. 자신의 철학을 포기하는 대신 포항이 자랑했던 ‘스틸타카’를 꺼내 들었다.
비록 결과는 0-2 패배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그동안 포항 선수들이 익숙했던 ‘스틸타카’는 분명 고무적인 내용을 보였다. 경기 후 만난 문창진은 “전술도 바꾸고 열심히 준비했는데 이기지 못한 것은 아쉽다”면서 “경기 전 감독님과 미팅을 통해 공간을 만들어서 하는 것보다는 패스 축구로 전술을 바꿨다. 세밀함을 강조하는 포항의 축구로 복귀했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최진철 감독도 “문제점은 있었지만 지난 경기보다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하고자 했던 것보다 많은 유기적인 장면이 나왔다”고 패배 속에 긍정적인 면을 찾았다.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포항에는 리그가 남았다. 이제 고작 6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포항은 아직 리그에서 소화해야 하는 32경기가 남았다. 자신의 고집을 꺾고 포항의 선수들이 잘하는 축구를 선택한 최진철 감독의 진짜 도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