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했다. 미니시리즈 드라마로는 4년 만에 시청률 30% 고지를 돌파했고, 중국 동영상 플랫폼 아이치이에선 조회 수 20억 건을 훌쩍 넘겼다. 경제적 효과가 3조 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왔을 정도다. 어마무시한 파급력이다.
그뿐인가. 남주인공 송중기는 새로운 한류 스타로 떠올랐고, 여주인공 송혜교는 톱스타의 저력을 다시 한 번 과시했다. 진구와 김지원은 '인생작'을 제대로 만났다는 소리를 들으며 이름값을 한껏 끌어 올렸다.
그래서일까. 드라마는 끝났지만, '태양의 후예'는 여전히 뜨겁다. 애청자들은 이 드라마를 쉽게 놓아주지 않고 있다. 김은숙 작가와 '태양의 후예'를 공동집필한 김원석 작가가 입을 연 이유는 여기에 있다. 김원석 작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드라마를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 "원작보다 나은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 덕"
"전 영화 연출부 출신이에요. 드라마 출신이 아니라서 레퍼런스가 너무 부족했고, 벽에 많이 부딪혔죠. 제대로 배워보고 싶었어요. 제가 아는 드라마 작가는 김은숙 작가밖에 없었는데, 보조작가 깍두기라도 시켜달라고 하고 싶었죠. 그러던 중 함께 작업할 좋은 기회가 왔고, '숨도 안 쉬고 좋다'고 이야기했죠."
김원석 작가는 "작업을 정말 신나게 했다"고 회상했다. '충돌'은 없었다. 김은숙 작가를 비롯한 보조 작가들과 머리를 맞대고 좋은 대본을 쓰기 위해 애썼다. 덕분에 "원작과는 전혀 다른, 원작보다 훨씬 더 좋아진 '태양의 후예'가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제 딴에는 멜로를 넣는다고 넣어놨는데, 김은숙 작가님께서 원작을 보고 '멜로만 제대로 잡으면 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원작을 다 해체해놓고 재밌는 에피소드만 남겨뒀어요. 거기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죠."
공동집필. 사실 쉽게 감이 오지 않는다. '그 어려운 걸 자꾸 해냅니다 내가', '그럼 살려요' 등 드라마 속 명대사를 만들어낸 건 두 사람 중 누구일까. 김원석 작가는 이 같은 물음에 "김은숙 작가, 그리고 보조작가들과 다 함께 모여 '난상토론'을 한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들"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전 작업 내내 김은숙 작가님을 존경했고, 김은숙 작가님은 절 존중해주셨어요. 어떤 이야기든지 다 할 수 있는 열린 작가실 분위기도 참 좋았죠. 때로는 제가 강모연이 되어, 김은숙 작가님이 유시진이 되어 이야기할 때도 있었죠. 덕분에 큰 사랑을 받는 좋은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 "처음부터 해피엔딩…시즌2는 없을 것"
"재난 현장에서의 휴머니즘, 의무, 사명감, 책임, 명예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마음, 배려, 애달픔, 슬픔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죠. 그런데 결국 '태양의 후예'가 담으려 했던 건 굉장히 상식적이고, 보편적인 사람들의 마음이 아니었나 싶어요.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런 휴머니즘을 어떻게 보여줄까를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작업했고요."
'태양의 후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렸다. 유시진(송중기), 강모연(송혜교), 서대영(진구), 윤명주(김지원) 커플 모두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결말을 맞았다.
김원석 작가는 엔딩에 대해 "주인공 중 한 명이 죽는 새드엔딩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처음부터 해피엔딩이었다. 희망의 메시지를 주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지만, 반성은 많이 했다. 개연성을 챙기지 못한 점, 인물 간의 감정선을 세심하게 다루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모든 시청자를 만족하게 할 수는 없다고 하면 변명이겠죠. 다음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네요."
많은 이들이 '태양의 후예'에서 아직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여러 가지 추측도 나온다. 시즌2 제작설도 그중 하나다. 김원석 작가는 "시즌2는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시즌2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김은숙 작가님과도 이야기를 나눴는데, 할 이야기는 이미 다 했다 생각하고요. 유시진이 비상 없는 부대에서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랄 뿐입니다. (웃음)."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