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 광저우 헝다(중국)의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예선 H조 5차전. 경기가 한창 진행 중인 스틸야드에 갑작스러운 노래가 울려 퍼졌다.
이날 경기에서 원정팀 광저우는 전반 33분과 후반 2분 차례로 골을 터뜨리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H조에서 나란히 3, 4위에 자리한 두 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16강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승리가 필요한 경기였다.
경기 초반 포항의 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은 광저우가 두 차례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2-0으로 점수차를 벌리자 포항은 후반 11분 양동현을 시작으로 차례로 교체카드를 꺼내 들며 추격에 나섰다.
그러자 광저우 선수들이 하나둘씩 그라운드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골키퍼 정청이 가벼운 충돌에 한동안 그라운드에 쓰러져 경기가 지연됐고, 공격수 가오린 역시 상당한 고통을 호소하며 그라운드를 뒹굴었다. 하지만 이들은 마치 정해진 시간이라도 채운 듯 곧바로 훌훌 털고 일어나 평소와 다르지 않게 경기에 참여했다.
대규모 광저우 원정 응원단의 옆 구역에 자리를 잡은 해병대 응원단은 굵은 목소리로 “어서 일어나, 집에 가야지”라는 짧지만 분명한 메시지가 담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광저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나뒹굴 때마다 해병대 응원단은 이 노래를 불렀다.
결국 인근 관중석에 앉은 일반 축구팬도 해병대 응원단의 동작을 따라 하며 경기를 지연하는 광저우 선수를 압박했다. 광저우의 연속 골에 소리 높여 응원을 펼치던 대규모 중국 원정 응원단도 굵은 저음의 해병대 응원단 노래에는 별다른 반응 없이 쥐 죽은 듯 지켜보기만 했다.
비록 그라운드 안에서의 포항은 광저우에 2골을 내주고 무릎을 꿇었지만, 그라운드 밖 관중석에서는 포항이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적은 수에도 해병대는 중국 원정 응원단의 '인해전술'을 멋지게 격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