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주도했다고는 믿기지 않는 치밀한 범행 수법이 충격을 주고 있다.
충북 청주흥덕경찰서는 19일 보이스피싱 조직원 김모(25)씨 등 6명을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전모(21)씨 등 28명을 전자금융거래법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아르바이트로 퀵 서비스 기사 일을 하던 고등학생 김모(19)군.
어느 날 동료로부터 부탁받은 물건을 배달해 보관함에 넣어준 뒤 큰돈을 받게 된 김 군은 호기심에 밤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동료를 캐물어 집요하게 윗선을 직접 찾아 나선 김 군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국 총책과 연결되는 데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군은 그동안 품어왔던 구체적인 사업 구상을 밝힌 뒤 한국 총책 업무까지 맡게 됐다.
이후 김 군은 일용직 노동일을 전전하던 친형 김모(25)씨를 비롯한 20대 초반의 무직자들을 인출책과 배달책으로 하나 둘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인출금의 7~12%를 주겠다는 김 군의 제안에 이들은 범죄에 관련됐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을 뿌리치지 못했다.
직접 인출과 운반에 가담한 전모(21)씨는 "당시 상황이 어려워 돈 때문에 일을 했다"며 "범죄와 연관됐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그렇게까지 위험한 일인지는 상상을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지난 1월부터 불과 석 달 동안 저금리 대출을 앞세워 서민금융지원센터 관계자 등을 사칭한 전화금융사기로 벌어들인 돈만 모두 25명으로부터 1억 5,000여만 원에 달한다.
경찰 조사 결과 김 군은 범죄 수익금으로 고등학생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외제차 2대를 몰고 다니는 등 초호화 생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범행은 지난 2월 말 택배 상자가 가벼워 범죄관련성이 의심된다는 한 택배기사 A(54)씨의 신고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면서 결국 들통났다.
경찰은 이들이 사용한 체크카드와 통장계좌 19개를 압수해 연결계좌 280여개를 분석하는 한편 중국 총책 등을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고등학교 졸업도 안 한 어린 나이라 총책이라는 말을 처음에는 믿지 못했을 정도"라며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성인을 상대로 범죄에 끌어들이는 등 치밀하고 대담해 놀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