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월요일 축구… 첫 흥행성적은 '흐림'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먼데이 나이트 풋볼'. 아쉬운 결과와 함께 출발이다.

K리그가 ‘월요일 축구’를 공식 선언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구FC와 FC안양,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 경남FC의 경기를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라는 이름으로 치렀다.

‘먼데이 나이트 풋볼’은 매달 한 차례에서 최대 세 차례까지 월요일에 프로축구 2부리그 K리그 챌린지 두 경기를 치르는 프로축구연맹의 새로운 시도다. 물론 지난 시즌도 K리그에 월요일 경기는 있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팀의 요청 등 각 팀의 사정에 의해 경기 일정이 조정됐다. K리그 챌린지도 한 경기 정도 꾸준하게 월요일에 경기했다. 하지만 고정적으로 두 경기씩 11주간 경기가 배정된 것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 처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야심차게 시작한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지만 대구와 부산에서 열린 두 경기를 찾은 축구팬은 2000명도 되지 않았다. 사진은 부산 아이파크와 경남FC의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자료사진=한국프로추국연맹)
◇ ‘먼데이 나이트 풋볼’을 보는 연맹과 구단의 동상이몽

새로운 축구팬 개발을 위한 과감한 시도였던 ‘먼데이 나이트 풋볼’. 하지만 대구-안양의 경기가 열린 대구스타디움에는 839명, 부산-경남의 경기가 열린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는 862명의 축구팬이 찾는 데 그쳤다.


지난 시즌에도 K리그 챌린지 11개 구단 가운데 가장 많은 관중 동원력을 자랑한 대구는 지난 10일 열린 홈 개막전에 2만3015명을 불러모았다. 올 시즌 K리그 챌린지 경기장을 찾은 가장 많은 관중이다. 부산은 두 경기에 3955명이 찾아 경기당 평균 관중은 1978명이었다. 첫 경기 흥행만 따져보면 ‘먼데이 나이트 풋볼’의 관중 동원은 기대 이하다. K리그 챌린지의 ‘월요일 축구’가 처음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과 주말 경기와 다른 관중 동원력을 고려해도 매우 저조한 성적이다.

프로축구연맹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의 도입 취지로 “주말에 열리는 경기와 달리 ‘칼퇴근’과 스트레스 해소가 필요한 직장인이나 특별한 야간 이벤트를 원하는 커플 등에 꼭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체육진흥투표권 수입 대상 경기를 늘려 프로축구연맹은 물론, 각 구단의 살림살이를 조금이나마 풍족하게 하려는 것이 실질적인 목표다. 출발은 2부리그지만 장기적으로는 1부리그 K리그 클래식에서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 도입될 예정이다. 프로축구연맹과 K리그 구단이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것이 ‘먼데이 나이트 풋볼’의 목표다.

하지만 정작 구단들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이 달갑지 않다. K리그 챌린지의 모 구단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가뜩이나 관중 동원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말에 열릴 경기를 주중으로, 그것도 월요일에 치른다는 것은 구단 입장에서는 흥행 면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자립 생존을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관중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상황에서 주말에도 축구장을 찾는 팬이 많지 않은 K리그 챌린지에는 월요일 경기가 분명한 타격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또 다른 구단의 관계자는 “K리그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시도는 분명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의 도입에 그치지 않고 각 구단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후속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현 상황에서 월요일 경기는 관중 없이 경기하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아쉬워했다.

K리그 챌린지는 주말 경기가 그나마 관중 동원 면에서 주중 경기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이랜드 FC와 충주 험멜의 경기 장면.(자료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 K리그와 다른 유럽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 도입 배경

현재 유럽 프로축구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은 경기장을 찾는 축구팬이 아닌 아시아 시장의 TV중계 시장을 위한 노림수다. 이 덕분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TV중계권 가치는 폭등했고, 유명 선수를 더욱 끌어들이는 동력이 됐다. 실제 경기하는 선수와 경기장을 찾는 현지 축구팬이 아닌 지구 반대편의 축구팬을 위한 ‘먼데이 나이트 풋볼’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스페인과 독일 등도 도입에 나섰다.

하지만 이들 나라에서도 ‘먼데이 나이트 풋볼’에 대한 불만은 있다. 올 시즌 분데스리가에서 시범적으로 월요일에 일부 경기를 편성하자 해당 경기의 원정구단 서포터가 응원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힐 정도로 반응이 좋지 않다.

유럽 각국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은 경기장을 찾는 팬이 아닌 TV중계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가운데 K리그 챌린지는 경기장을 찾는 팬을 위한다는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를 제시했다. 물론 프로축구연맹은 ‘먼데이 나이트 풋볼’의 고정 TV중계를 확보하고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사례를 도입하겠다는 게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미 시즌은 시작됐고, TV중계는 K리그 클래식도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K리그 챌린지의 '먼데이 나이트 풋볼'은 이제 20경기가 남았다. 한국 축구 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획기적인 시도가 될 것인지, 아니면 한, 두 시즌 만에 사라질 무의미한 시도가 될 것인지는 이 경기의 운영 결과에 달렸다. 그렇기에 더욱 긴밀한 프로축구연맹과 11개 구단의 협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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