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는 18일까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10위에 머물러 있다. 2승11패, 승률 1할5푼4리에 불과하다. 9위인 KIA(5승7패)와 승차도 3.5경기 차로 상당하다.
각종 지표들도 심각한 수준이다. 팀 평균자책점(ERA)은 7.00으로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악이던 2013년의 6.35를 넘을 태세다. 팀 득점도 평균 3.6점으로 역시 꼴찌다. 투타 모두 리그 바닥을 기고 있다.
이런 총체적 난국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김성근 감독에게 비오듯 쏟아지고 있다. 이른바 '퀵후크'(3자책 이하 선발 투수의 6회 이전 강판)와 '벌떼 야구'로 대변되는 마운드 운용과 대타 작전이 잦은 타순 등에 대한 비판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인 투수 코치의 돌연 사퇴 등 구단 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원성이 커지고 있다.
사실 김 감독은 팬들이 원한 사령탑이었다. 수년째 하위권에 머문 한화의 구세주로 2014시즌 뒤 팬들이 간절한 목소리를 모았고, 한화 그룹 수뇌부의 지시로 전격 영입이 성사됐다. 지난 시즌 김 감독의 한화는 잇따라 끈질기고 극적인 승부를 펼쳐 '마리한화' 신드롬을 일으켰다.
그랬던 한화가 불과 1년 만에 야구 팬들의 지탄을 받는 팀으로 바뀐 것이다. 현재 야구판에서 한화에 대한 시선은 싸늘하다. 한화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진실을 얘기해도 되려 비난이 쏟아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론이 그만큼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끊이지 않는 혹사 논란
지난해 한화는 전국구 인기팀이었다. 연일 짜릿하고 쫄깃쫄깃한 승부를 펼치면서 등 돌린 한화 팬들을 끌어모았다. 2014년까지 3년 연속 포함, 6년 동안 5번이나 최하위에 머물렀던 무기력한 모습에서 환골탈태했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은 근성의 승부를 펼치면서 마치 마약처럼 팬들을 끌어모아 '마리한화'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천적이던 삼성까지 전반기 6승2패로 압도할 만큼 달라진 모습에 전 야구 팬들이 열광했다.
하지만 후반기로 들어서면서 한화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혹사 논란'으로 대표되는 김 감독의 불펜 운용 때문이었다. 권혁과 박정진, 윤규진 등 필승조들이 너무 자주, 또 쉽게 쓰이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혹사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었다.
권혁과 박정진은 지난해 정규리그의 절반이 넘는 78경기, 76경기에 등판했다. 투구 이닝도 112이닝, 96이닝이었는데 선발 자원인 배영수가 101이닝이었다. 결국 둘은 후반기 구위가 눈에 띄게 줄었고, 윤규진은 수술대에 올랐다. 특히 한화 불꽃 투혼의 상징이던 권혁은 8점차 리드에서도 등판하는 등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다.
또 시범경기에서 선발로 등판했던 송창식은 불펜까지 오가며 6경기에 나섰다. 특히 13일 불펜으로 등판해 15구를 던진 뒤 14일 무려 90개의 투구를 하면서 4⅓이닝 12실점했다. 벌투 논란이 벌떼처럼 일었다. 쌍방울 시절부터 김 감독의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불펜 총력전, 즉 벌떼 야구에 대한 팬들의 피로감이 나타난 것이다.
▲한화의 가장 큰 죄는 "야구를 못해서"
사실 최근 한화에 대한 싸늘하게 식은 여론의 가장 큰 원인은 부진 때문이다. 야구를 잘 했을 때는 칭송받던 김 감독의 지도 방식이 부진하면서 공격의 대상으로 급변한 것이다.
김 감독의 팀 운용 방법은 예전 태평양과 쌍방울, LG, SK 시절을 거치는 동안 일관되게 이어졌다. 철저한 불펜 운용, 수비를 강조한 타순과 이에 따른 플래툰 시스템, 대타 작전 등은 변하지 않았다.
구단 운영 방법도 마찬가지였다. 프런트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거의 전권을 쥐고 구단을 운영해온 김 감독이다. 혹독한 스프링캠프와 시즌 중에도 이어지는 특타, 특훈은 "실력은 훈련에서 나온다"는 김 감독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런 김 감독은 태평양과 쌍방울의 가을야구 돌풍을 일으켰고, 2002년 하위권으로 분류됐던 LG의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끌었다. 2002년 당시 접전 끝에 LG를 4승2패로 눌렀던 삼성 김응용 감독은 "내가 야구의 신과 경기한 것 같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2007년부터 SK를 맡아 4년 연속 KS 진출에 3번의 우승을 이끌며 '야신'의 명성을 떨쳤다.
한화에 와서도 김 감독의 야구 철학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칭찬받던 김 감독은 올해 혹독한 팬들과 여론의 비판을 받고 있다. 쌍방울 시절부터 김 감독을 지켜봐온 한 야구인은 "SK 시절 야신으로 추앙받았던 김 감독은 그대로"라면서 "그러나 한화가 올해 부진에 빠지면서 지난해까지 칭찬받던 지도 방식이 근절돼야 할 악습으로 비난받고 있다"고 촌평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한화는 "로저스와 김 감독, 김 코치에 대한 갈등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로저스도 18일 MBC스포츠플러스 '야시장'과 인터뷰에서 "김 감독과는 서로 존중해주는 사이고 김 코치와는 친구, 친척처럼 지낸다"고 일축하면서 "팔꿈치에 이상이 있어서 2군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김 코치의 월권 논란에 대해서도 한화 관계자는 "전력분석코치는 투수와 포수, 야수 등 어느 포지션의 선수와도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위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코치는 한국 최고의 전력분석 전문가로 영입 때만 해도 환영을 받았는데 최근 이런저런 논란이 나오는 것 같다"면서 "한화의 가장 큰 죄는 야구를 못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선발진 붕괴' 한화, 구원군이 올 때까지 버틸까
현재 한화 부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선발진 붕괴다. 주축들의 부상으로 던질 투수가 없는 상황이 타선과 팀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로저스를 비롯해 이태양, 안영명, 배영수 등이 빠져 있다.
한화 선발은 앞서 언급한 대로 3이닝 정도만 소화하고 있으며 ERA가 무려 8.23에 이른다. 이닝당출루허용(WHIP)는 2.00에, 피안타율은 3할1푼5리다. 알렉스 마에스트리, 송은범을 비롯해 신인급 김재영, 김민우, 김용주 등으로는 역부족이다.
이러다 보니 김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초반 잘 맞았던 타선도 최근에는 때려서 이겨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에 침체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김 감독 역시 "초조했다"면서 퀵후크에 대한 판단을 설명했다.
한화 관계자는 "아직 13경기만 치렀는데 여론이 너무 나빠졌다"고 서운함을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아직 시즌의 10분의 1도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빠른 시일 안에 납득할 만한 변화의 조짐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팬들의 싸늘한 시선은 분노로 바뀔 게 뻔하다.
일단 한화는 19일 롯데와 부산 원정에 지난해 FA(자유계약선수)로 영입한 심수창을 선발 투수로 내세워 반전을 노린다. 이날 분위기를 바꾼다면 향후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크다.
한화는 심수창, 윤규진에 이어 이태양도 1군에 합류해 복귀 시점을 가늠하고 있다. 여기에 로저스도 4월 말 늦어도 5월 10일 이내 복귀할 예정이다. 또 안영명까지 가세한다면 정상적인 로테이션 운용이 가능해진다. 과연 야신 김성근 감독과 한화가 현재 비난 여론의 폭풍을 이겨내고 도약을 이뤄낼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