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승패에 상관없이 격투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대회의 진정한 승자는 명현만'이라는 얘기가 솔찮게 나온다. 격투기팬들은 명현만에게 '한국 종합격투기 헤비급의 희망'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탄탄한 기량 덕분이다. 명현만은 빠른 움직임과 아웃복싱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그라운드 실력이 아쉬웠지만 타격에서는 '강펀처' 마이티 모를 오히려 압도했다. 타격거리 밖에 있던 명현만에게 무리하게 펀치를 휘두르던 마이티 모는 엄지 손가락 골절로 최대 7개월이 지나야 복귀할 전망이다.
최홍만의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 상대와 시점도 오리무중이다. 이와 관련 명현만은 지난 18일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부상 회복까지 시간이 걸려도 마이티 모가 결승전에 나가는 게 맞다"면서 "다만 대회사의 입장 등으로 빠른 시일 내에 결승전을 치러야 한다면 자신과 카를로스 토요타가 싸워 승자가 최홍만과 붙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 마이티 모와 실제 겨뤄보니 어떤가
마이티 모가 이름 있는 선수잖아요. 제가 마이티 모의 기세에 눌려 소극적으로 경기한 것 같아요. '좀 더 적극적으로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이 남아요.
▷ 아웃복싱과 케이지 안에서 많은 움직임이 돋보였다. 원래 전략이었나
예. 제가 계속 움직이고 아웃복싱을 구사하니까 마이티 모의 체력이 떨어지고, 몇 차례 헛손질이 나온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마이티 모가 엄지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은 거죠. 원래 케이지를 돌다가 승부를 보려 했는데, 결정타 부족으로 못 끝낸 게 아쉬워요.
▷ 그라운드 상황에서 서브미션(넥 크랭크)으로 승부가 갈릴 거라고 예상했나
제가 주짓수와 종합격투기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타격 외 훈련은 레슬링 방어와 최악의 서브미션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 위주로 했어요. 노련한 마이티 모가 이 점을 간파하고 승부를 그라운드로 끌고 간 거죠. 좀 더 힘을 냈으면 '넥 크랭크'에서 탈출했을 텐데 준비 부족으로 본능적인 움직임이 안 나왔어요.
▷ 주먹에서 '강펀처' 마이티 모를 압도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 주먹을 섞어보니 어떤가
마이티 모의 펀치는 스윙 궤적이 크지만 각도가 살아 있었어요.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펀치를 눈 주위에 맞으면서 당황하기도 했죠. 예상대로 펀치가 셌어요. 정타가 아닌데도 압박감이 있었어요. 다만 나이 탓인지 펀치 스피드가 좋은 건 못 느꼈어요. 꼭 리벤지할 겁니다.
▷ 입식에서 종합으로 전향한 후 로드FC에서 세 경기를 치렀는데
이번에 경기하면서 경험 부족을 절감했어요. 종합격투기 경험이 적다 보니 긴장감과 실수에 대한 두려움은 큰 반면 집중력은 떨어졌어요. 시합에서 이기고 지는 과정을 반복하고, 산전수전을 겪으면서 파이터로 완성되잖아요. 제가 완벽주의자거든요. '더 큰 무대에서 통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경험을 더 쌓아야 할 것 같아요.
▷ 이전 두 경기 모두 1라운드에서 끝냈다. 3라운드까지 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종합격투기 선수로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전적 상으로는 1패를 안았지만 시합 준비 과정에서 배운 게 많아요. 이번 시합은 다른 시합 때보다 7~8kg 정도 증량해서 몸무게가 120kg 가량 나갔어요. 경기를 다시 보니 증량하면서 몸이 느려졌어요. 다음 경기에서는 몸을 가볍게 만들어서 스피드와 스텝을 최대한 살려야죠.
부상 회복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마이티 모가 결승전에 나가는 게 맞아요. 다만 대회사 입장 등으로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전을 빠른 시일 내에 치러야 한다면, 저와 카를로스 토요타가 싸워서 승자가 최홍만과 붙는 게 좋을 것 같아요. 토요타가 지난 3월 심건오를 꺾고 결승전 예비선수 자격을 얻었지만, 토너먼트 결승전에 걸맞게 한 번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봐요.
▷ 만약 명현만 선수와 토요타가 대결한다면?
제가 무조건 1라운드에서 KO로 이깁니다. 타격, 주짓수, 레슬링 등 모든 면에서 토요타가 마이티 모보다 실력이 떨어져요. 마이티 모의 경우, 레슬링은 보통 정도고 주짓수는 초보인 제가 평가하기 어렵지만 경험에서 나오는 본능적인 움직임이 있어요. 반면 토요타는 움직임이 엉성하고, 로드FC에서 센 선수와는 싸우지 않았어요.
또 한 가지, 프로 파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세미프로 시합을 10전 이상 치른 후 프로에 데뷔하라고 조언해주고 싶어요. 선수는 시합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니까요.
▷ '한국 종합격투기 헤비급의 희망'으로 불리는데
감사합니다. '동양인 헤비급 파이터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분발해야죠. 다음 경기에서는 토요타와 맞붙고 싶어요. 토요타가 최홍만과 심건오 등 한국인 파이터들을 KO시켰는데, 제가 대신 복수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