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여야 3당 원내대표 회담 장면은 급격하게 높아진 국민의당 위상을 상징적으로 대변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얼마 전까지 제1당이었던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에게 모두 발언 기회를 주자 "제1당이 되셨는데 먼저 하시라"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기회를 양보하던 중,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가 "할 말이 있다"며 첫 번째 발언에 들어간 것이다.
주 원내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으로 평가받는 시점에서 19대 국회에서 정리할 것은 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4월 임시국회 개최와 세월호 특위 기한 연장을 제안했다.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38석을 확보하면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더민주 양당의 행보에 발을 맞추기 보다는 자신의 독자행보에 충실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초반 적극적인 행보가 총선 완패와 대승 가운데서 내부 정리에 부산한 거대 양당의 허를 보기 좋게 찌른 장면도 눈에 띈다.
주승용 원내대표의 세월호 특조위 기한 연장 제안은 세월호 2주기 추모식이 열린 다음날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의 추모식 참석 논란과 맞물려 더욱 부각됐다.
김 대표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세월호 2주기 추모식에 당대표 자격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참석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국민의당은 또 텃밭인 호남지역을 의식한 듯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 기념곡으로 지정토록 재결의 추진 방침을 세우는가 하면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상돈 당선인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개정 가능성을 공론화 하기도 했다.
당분간 국민의당의 거침없는 행보는 계속될 전망이다.
원내 제1·2당인 더민주와 새누리당의 의석수 차이가 1석 밖에 차이 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에 대한 '러브콜'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이종걸 더민주 원내대표는 YTN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은 형제 당"이라며 선거운동 때와는 사뭇 달라진 어조를 보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안철수 대표께서 미래 일자리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오직 민생을 위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자리는 적극 환영한다"며 안철수 대표의 제안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를 연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의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당내 충분한 의사 결정 없이 구성원들의 경쟁적인 이슈 선점이 자칫 정체성 논란 등 소모적 정쟁에 휘말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당은 이미 창당준비위원회 과정에서 당시 한상진 창당준비위원장의 '이승만 국부' 발언으로 한 차례 홍역을 치르면서 급상승 하던 지지율이 꺾이는 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더민주나 새누리당 모두 국민의당과 연합한다 해도 안건 신속처리 제도(패스트트랙)의 요건인 180석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도 국민의당의 캐스팅보트 파워에 의문을 갖게 만드는 부분이다.
거대 양당이 구조적 한계를 직시하고 양당 간 적극적 논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기 시작하면 국민의당이 누릴 수 있는 여지는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