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표가 사실상 '합의추대' 형식이라면 수용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면서, 당내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이 총의를 모아 합의 추대한다면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때 가서 생각해 볼 문제"라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 관계자는 "김 대표는 머릿속에 경제민주화밖에 없는 사람"이라면서, "경제민주화 실현이나 더민주를 수권정당으로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면 추대를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 스스로 강조했던 '더민주 수권정당화'나 '경제민주화'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합의 추대가 이뤄진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또 자신이 후원회장을 맡았던 이언주 의원을 조직본부장에 임명하고 전략홍보본부장에 비서실장 출신인 박수현 의원을 임명했다.
이를 두고 당 대표에 도전하기 위한 대열을 갖추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당내에서는 당장 반발의 목소리도 거세게 흘러나왔다.
김 대표가 총선 기간 내내 각을 세웠던 소위 '친노·운동권' 의원들은 물론 수도권 지역 의원들도 "김 대표의 합의 추대는 말도 안된다"며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셀프공천'에 이어 '셀프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면서 "합의추대는 100% 불가능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친노 중진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호남에서 전멸한 것은 김종인 대표 책임도 있다. 문 전 대표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례대표 2번 파동으로 인해 기세가 꺽여버려 김 대표의 책임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찌감치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송영길 당선자는 "전대는 더 논란이 될 필요가 없다. 당헌당규상 전대에 나서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경선을 하게 된다"며 "총선 민심을 수렴한 새로운 지도부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수도권 의원들의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한 수도권 의원은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에 대한 실망과 두려움이 컸던 것이 수도권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지 김 대표가 잘 해서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합의추대는 말도 안된다"면서 "호남 민심이 그렇게 된데는 김 대표도 호남 공천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나 비례대표 2번 파동 등 책임이 있다. 또 현역의원 컷오프 자체도 너무 황당하고 엉망이었다"면서 김 대표 책임론을 강조했다.
또다른 수도권 의원 역시 "김 대표의 리더십은 비상시기에 맞는 리더십이었다"면서 "이제 아래에서부터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당의 생명력을 키우고 실제적인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나 문재인 전 대표를 엄청나게 공격했기 때문에 야권의 연대, 통합 측면에서도 김 대표의 신뢰가 금이 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전당대회 직전까지 김종인 대표 측과 각 계파 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당권을 둘러싼 기싸움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더민주 관계자는 "총선 이후 당권 대결 과정에서 또다른 구태가 보이면 국민들이 더민주에 어렵게 몰아준 지지를 배신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