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TV' 지성 아버지 "99.9%가 잊은 세월호…카메라도 운다"

416TV의 카메라. (사진=유원정 기자/자료사진)
안산 세월호 분향소 옆, 10평 남짓한 작은 컨테이너 박스.

이곳은 세월호 2주기를 앞둔 고(故) 문지성 양의 아버지 문종택 씨가 운영하는 1인 미디어, 416TV의 사무실이다. 인터뷰를 하러 찾아간 지난 12일 문 씨는 정신 없이 바빴다. 영상 촬영은 물론이고, 해외 세월호 추모 행사에 쓸 영상을 보내야 했다.

때마침 컴퓨터가 먹통이었다. 답답해하는 문 씨 옆을 아내 안영미 씨가 위로하듯 서성였다.

"혹시 기자님 컴퓨터로 메일 좀 보낼 수 있을까요?"


메일 한 통 보내는 것쯤이야 어려울 것도 없었다. 영상을 두 차례 메일로 보내고 나서야 피로 가득했던 부부의 표정은 조금 풀어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416TV의 구성원은 남편 문종택 씨와 아내 안영미 씨, 이렇게 둘 뿐이다. 생전 '영상을 찍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던 그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진실을 기록하겠다는 일념 아래 416TV라는 이름을 걸고 활동 중이다. 안 씨는 남편을 돕기 위해 세월호 다큐멘터리 영화 '나쁜 나라' 김진열 감독에게 편집 기술을 배웠다.

똑같은 유가족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카메라 너머로 그들을 바라본다.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다짐을 수없이 해왔다.

"어떤 때는 내가 정신 차려야 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마음으로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따로 우는 느낌이 들어요. 가끔 편집 도와줄 때 보는데 너무 힘들어요. 집에 와서까지는 보고 싶지가 않거든요." (안영미 씨)

"카메라를 잡으면 카메라가 울어요. 부모님들이 울면 따라 웁니다. 저는 어디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언론 카메라들처럼 클로즈업을 못해요. 제게는 인간의 감정을 벗어나야만 할 수 있는 작업입니다. 현장에서는 제대로 못 울어도 밤에 같은 영상을 세 번, 네 번 보면서 울어요. 그렇게 공허하게 편집하면 지치죠." (문종택 씨)

416TV 고 문지성 양 아버지 문종택 씨. (사진=유원정 기자/자료사진)
문 씨는 아직도 지난해 여름 국회에서의 단식 농성을 생생하게 떠올린다. 언론 매체들의 카메라가 없을 때는 유가족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다가 카메라가 도착하자 그제야 손을 잡아 주던 여당 국회의원들을. 당시 그는 다시 한 번 최고의 권력이 '언론'이고 '카메라'임을 느꼈다. 그래서 416TV의 기본은 '있는 그대로 전하는 것'이다.

"저희가 슬픔만 이야기하려는 방송은 아닙니다. 진실규명과 증거 자료를 찾기 위한 과정에서 유가족들의 아픔과 동행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기록을 위해 달렸지만 지금은 '보여주기 위한' 방송이 우선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진실이 밝혀지면, 지성이의 진실 또한 밝혀질 것이라는 개념이죠."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세월호 청문회 때 쓰려고 만든 1년 간의 기록과 자료들이 모두 바이러스로 날아가 버린 것이다. 당시 문 씨가 문의한 전문가는 '이렇게 바이러스가 들어와 데이터가 날아가는 것은 특정 타깃을 정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누군가 이 자료들을 일부러 건드렸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16TV를 향한 문 씨의 마음은 굳건하다.

"2주기 이후에는 후세들에게 자료를 잘 남길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고, 인양 과정 또한 놓칠 수 없어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9명을 생각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인양 과정을 지켜봐야 합니다. 정부는 지켜보지 못하게 하고 있지만요. 박근혜 대통령이 성역 없는 조사를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게 안 지켜지고 있는 거죠. 해양수산부는 인양 계획을 알려달라고 공문을 보내도 감감 무소식이고, 특별조사위원회에는 아예 가지도 못합니다."

세월호 사고 문제를 더 이상 언급하려 하지 않는 국민들도 있다. 1주기보다는 2주기가, 2주기보다는 그 이후에 더 관심도가 낮아질 것은 자명하다. 이상하게도 아픈 기억은 빠르게 희미해져 간다.

"아마 우리가 되뇌고 있는 느낌이 들 수 있어요. 그런데 그건 제대로 된 게 없고, 같은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에요. 전혀 관심없는 사람들 앞에서 세월호 얘기를 할 때는 우리를 드러내기가 너무 힘들어요. 상처를 계속 들춰내서 심장이 터질 것 같아요.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싸워야 된다는 것이 고통스럽죠. 그런데 만약 지금 포기하잖아요? 그러면 또 이런 사고가 일어났을 때 아마 그 부모님들은 땅을 치고 후회할 수 있어요." (안영미 씨)

416TV 고 문지성 양 어머니 안영미 씨. (사진=유원정 기자/자료사진)
부부는 유가족과 시민들이 416TV를 많이 시청했으면 한다. 물론 아플 수 있고, 힘들 수도 있지만 간절한 염원이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참사를 끝까지 규명해 보겠다는 국민들과 생활을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전부인 줄 알고 많이 착각을 하세요. 대한민국의 99.9%는 세월호 사고가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분들은 '유가족들 어떻게 지내냐'고 저한테 묻는데 416TV를 보면 다 나와있습니다. 그저 안보니 답답할 노릇이죠." (문종택 씨)

"오히려 가족들이 가장 많이 봐야되는 방송인데 그렇지가 못해요. 처음에는 많이 봤는데 그 과정에서 힘들어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분향소에 들어가지 못하는 분들이 꽤 계시거든요." (안영미 씨)

인터뷰 도중 오후 4시 16분이 되자 알람이 울렸다. 안 씨는 이 시간이 세월호 사고를 기억하고, 사랑하는 자녀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이야기했다. 부부는 단 한 번도 눈물 흘리지 않았지만 풀어지지 않은 슬픔은 가슴 속 깊은 곳에 뭉쳐 뿌리를 내렸다.

4월 16일인 오늘은 세월호 사고 발생일이자 딸 지성 양의 기일이다. 그 날도 아버지는 어김없이 촬영을 떠나고 어머니는 추모식에 참석한다. 지성 양이 있는 곳을 자녀들과 함께 방문할 예정이다.

"오전 4시 16분부터 오후 4시 16분까지 추모식을 생방송으로 내보내야 할지, 아니면 가장 힘들고 외로운 동거차도로 가야 하는지 고민 중입니다. 과연 어느 곳에서 아이들이 좀 잘 받아줄지 생각 중인 거죠." (문종택 씨)

"안산 분향소에서 추모식을 하고, 이후에 다른 자녀들과 지성이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안영미 씨)

이들 부부는 2014년 4월 16일이 지나 국가가 '괴물'임을 알았다. 일평생 국가와의 연결고리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평범한 국민들이었음에도.

"제 아이를 희생시키고 국가라는 것을 공부하는 느낌이에요. 서민들 생명의 중요성을 모르고, 아픔을 함께 해주지 않는 국가가 제게는 괴물처럼 느껴져요. 우리 나라는 국민을 위한 국가가 아닙니다. 직접 닥치지 않는 이상 모르는데, 정말 겉만 화려한 속 빈 강정 같은 느낌의 나라더라고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엉터리 같은 나라."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