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대표차종'의 부진, 안방을 내주나?

(사진=현대차 제공)
국민중형차로까지 불리던 '쏘나타'와 경차지존 '모닝' 등 현대차 그룹을 대표하며 그 동안 참 잘 나갔던 차들이 요즘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들어 3월까지 팔린 쏘나타는 1만 9176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 2769대보다 3593대가 줄었다.

SUV 돌풍 속에 르노삼성이 내놓은 SM6의 약진이 쏘나타의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3월 한 달만 보면 쏘나타는 7053대가 팔렸는데, 2월에 출시된 SM6는 6751대가 판매됐다. 택시공급에 따른 YF쏘나타 판매 611대를 제외하면 사실상 SM6가 쏘나타를 앞지른 셈이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휠베이스를 기아차의 '신형 K7 수준'으로 늘리는 등 내부 공간을 대폭 확대한 한국지엠의 중형 세단 말리부가 새롭게 나온다.

말리부의 가세로 중형차 시장의 경쟁이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쏘나타는 당분간 상품성 개선 모델의 출시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쏘나타가 국민중형차의 면모를 살리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차를 대표하던 모닝도 마찬가지이다. 올들어 3월까지 1만 8151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92대나 줄었다. 한국지엠의 경차 스파크에게 2월 3월 두 달 연속 1위 자리를 뺏겼다.

중형차와 경차 이외에도 소형 SUV에서는 기아차 니로가 지난달 출시됐지만, 이미 쌍용차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가 시장을 선점·주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SM6 (사진=르노삼성차 제공)
후발 3사와 수입차의 동시 공세 속에 현대기아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크게 하락해 지난 3월 65%를 기록했다. 지난해 보다 1.7%p, 한 달 전에 보다 2%p 감소한 수치이다.

2009년 6월 정점을 찍은 80.4%의 점유율을 상기해보면 65%라는 점유율은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이다.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쏘나타와 모닝 등 대중차가 부진을 보였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등 고급차, 싼타페와 쏘렌토 등 중대형 SUV의 판매가 급증하면서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된 만큼 큰 문제는 아니라는 반응이 있다.

실제 제네시스 EQ900이 3월 한 달 동안 3570대가 팔려 지난해 3월 현대차 에쿠스 판매량(598대)에 비해 6배나 증가했고, 오는 7월 상품성 개선 모델이 나올 것으로 알려진 제네시스(DH)도 3289대나 팔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점유율 하락은 공급 과잉을 해결하기 위한 일부 업체의 과도한 할인 등 출혈 경쟁 속에 빚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며 "좀 더 길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EQ900'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이대 박재용 교수는 "수입차와 후발 3사를 포함해 한국시장에 워낙 다양한 차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은 이미 예상된 일로 자연스런 현상"이라며 "이런 흐름 속에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은 더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에 대해서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입차 업계만이 아니라 한국지엠의 임팔라와 르노삼성의 QM3 등 다양한 수입차종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고급차든 대중차이든 국내에서 기반이 흔들리면 해외에서도 자신감을 갖고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는 논리이다.

대림대 김필수 교수는 "한국은 시장 규모가 작아도 신차 모니터링이 빠르고 소비자 입맛이 워낙 까다로워, 여기서 입증이 되지 않으면 해외에서도 통하기 어렵다"며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엉망이 되면 수출도 차질을 빚는 등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으로 "기아차 K9의 경우 국내에서 자신감을 잃으면서 수출도 늦어지는 등 실질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사례"라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은 수입차와 후발업체의 공세만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은 점에도 기인한다"며 "품질은 기본이고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종의 적절한 투입, 소비자 배려 등 선제적인 대응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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