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
① 세월호 선원은 왜 자기도 위험해지는 순간까지 대기방송을 했나 ② 세월호 고통 앞에서 "중립 지키라"는 이들은 누구인가 ③ "잊지 않겠다"던 다짐, 왜 "잊어가겠다"는 도피 낳고 있을까 ④ "진상 캐야 하는데, 사무실 임차료·집기 외상으로 버티기도"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어떻게 구성되었나? - 진상조사 활동의 파행 원인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맡은 특조위 장완익 위원의 전언이다.
장 위원에 따르면,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기간에 대해 발목을 잡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안전사회 건설과 관련된 제도를 개선하며 피해자 지원대책을 점검하는 업무 등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특조위는 구성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활동을 완료해야 한다.
이 기간 안에 활동을 완료하기 어려울 경우 특조위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6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이와 별도로 조사활동 완료 뒤 종합보고서와 백서의 작성·발간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조위의 의결로 한 차례만 활동기간을 추가로 3개월 이내에서 연장할 수 있다.
"현재 정부는 특조위가 지난해 1월 1일 구성됐으므로 올 6월이면 1년 6개월의 활동 기간이 끝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작년에 국회는 특조위 예산을 올 6월까지만 인정해 편성했다. 앞으로 특조위가 활동할 수 있는 기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특조위는 지난달 7일 종합보고서와 백서 발간 작성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활동 기간을 3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다."
장 위원은 "정부 주장처럼 특조위가 지난해 1월 1일 구성돼 벌써 활동 기간 1년을 넘어 추가된 6개월 동안 활동을 연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아직 1년도 활동하지 않았는지가 문제"라며 "즉 특조위 활동 기간과 관련해 특조위가 언제 구성됐는가 하는 것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으나 이에 대한 논의 없이 특조위가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 "조직과 인원, 특조위 의견 전혀 반영 안 되고 정부 주장대로만"
그러면 장 위원의 견해를 빌려 '정부 주장'과 '특조위 주장'을 각각 살펴보자. 먼저 정부 주장이다.
"정부는 특조위 위원의 임기가 특별법 시행일인 지난해 1월 1일부터이고, 위원 임기는 1년이니 그해 12월 31일로 특조위 활동 기간이 종료한다는 견해다. 다만 특조위가 지난해 6월 4일 전원위원회를 개최해 특조위 활동기간을 6개월 연장하기로 의결했기 때문에 올 6월까지만 특조위가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은 특조위 주장이다.
"일반적으로 특별법을 제정해 새로운 국가 기관을 만들어야 할 경우 조직과 인원은 시행령을 제정해야만 결정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 시행일을 법 공포일로부터 6개월 정도 후로 정한다. 그런데 특별법은 2014년 11월 19일 제정, 공포됐음에도 시행일을 한 달 12일 뒤인 2015년 1월 1일로 정했기 때문에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빨리 구성돼 시행령을 만드는 작업을 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특별법이 공포일로부터 6개월 정도 뒤에 시행되는 것과 달리, 세월호 특별법은 고작 한 달여 뒤에 시행됐다는 것이다.
"우선 위원을 선출하거나 지명하는 주체가 4곳(국회 10명 선출, 대법원장 2명 지명, 대한변호사협회장 2명 지명, 희생자가족대표회의 3명 지명)이나 되다 보니, 2014년 12월 7일 희생자가족대표회의에서 3명의 위원이 선출된 것을 시작으로 17명의 위원이 최종 확정된 건 그해 12월 29일(이날 여야 추천 10명의 위원이 국회에서 선출됐다)이다. 국회 선출 위원들이 선출되기 전인 12월 18일에는 특조위 설립준비단이 출범됐으나, 지난해 1월 1일 이전 시행령을 제정해 특조위를 1월 1일 출범시키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설립준비단에서는 빠르면 1월 중순에는 특조위를 출범시킬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따라 시행령안과 그에 따른 예산안을 준비했다."
장 위원은 "그런데 지난해 1월 16일 새누리당 김재원 원내부대표가 소위 '세금 도둑' 발언을 하면서 설립준비단에 파견 나왔던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해수부로 복귀하는 등 파행이 시작됐다"며 "제일 중요한 조직과 인원 문제에 있어서 특조위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해수부로 대표되는 정부의 주장대로 만들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 "활동 기간 두 달도 안 되는 국가 기관에 누가 들어오겠나"
장 위원은 "특조위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들은 지난해 3월 5일 임명장을 받았다. 같은 달 9일에는 처음으로 특조위 전원위원회를 열어 위원장과 부위원장, 3곳 소위원회 위원장을 선출했으나 이때도 시행령은 제정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해수부는 지난해 3월 27일 특별법 시행령안을 입법예고했고, 그 안이 결국 그해 5월 11일 시행됐다. 이에 따라 특조위는 2015년 5월 27일 별정직 공무원 채용 공고를 냈으며, 채용 절차를 거쳐 이들 공무원이 첫 출근을 한 게 그해 7월 27일이다. 또한 특조위의 2015년 예산은 2015년 8월 4일 특조위가 요구한 것보다 대폭 감액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의결됐다. 그동안 사무실 임차료, 집기 등 모든 비용을 외상으로 처리하면서 버틴 것이다."
장 위원은 "그러므로 특조위 입장에서는 지난해 1월 1일 특조위가 구성됐다는 정부 주장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며 "위원 임기 규정으로 특조위 활동 기간을 축소시킨 엉터리 법률 해석"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래서 특조위는 작년에 2016년 예산으로 1년치 예산을 편성해 심의를 요청했는데, 정부와 여당이 이를 6개월치만 인정한 것이다. 그것도 진상조사 활동을 할 수 있는 사업비는 대폭 감액했다"며 "피해자들의 조사신청을 지난해 9월 14일부터 접수받아 첫 조사 개시 결정을 한 것이 9월 21일이다. 조사신청 기간만 6개월이어서 올 3월에도 조사를 신청한 피해자들이 있다. 이것을 올 6월까지 다 조사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정부 주장이 얼마나 엉터리인지는 정부가 제정한 특별법 시행령을 보면 알 수 있다. 시행령 2조에 따르면, 시행령이 시행된 뒤 6개월까지는 90명 정원으로, 그 이후에 30명의 직원을 증원할 수 있다고 했다. 시행령이 지난해 5월 11일 시행됐으니 6개월 뒤인 그해 11월 11일이 돼야 30명을 증원할 수 있었는데, 누가 활동 기간이 그해 12월 31일까지로, 채 두 달도 일하지 못하는 국가 기관에 들어오거나 파견을 원하겠는가?"
특조위는 특별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올 9월로 활동이 종료된다. 장 위원은 "이마저도 3개월은 종합보고서 작성 기간인데다 '업무량 분석과 직무분석 등을 거쳐 위원회의 활동을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원'만으로 활동해야 한다"며 "이 때문에 실제로 조사할 수 있는 기간은 3개월도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가 "조사 개시한 것 중에서도 조사 결과보고서를 작성할 수 없는 것이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고 보존하기 위해 자료기록단을 설치·운영할 수 있고, 자료기록단에서 수집한 자료는 추모 관련 시설에 보관·전시해야 한다(특별법 제48조). 그런데 추모 관련 시설(4·16재단)이 설치되거나 설립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이 상태에서는 국가기록원으로 모든 자료가 이관될 것이다. 그곳에서 특조위 자료가 앞으로 얼마나 활용될 수 있을까."
그는 "특조위가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하는 종합보고서는 매우 중요하다"며 "특조위는 조사한 결과를 종합해 보고서에 담아야 할 뿐만이 아니라 6개항에 대한 권고를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고를 받은 국가기관 등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권고내용을 이행해야 하며, 권고내용의 이행내역과 불이행사유를 매년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국가기관 등에게 개선을 요구해야 하며, 개선요구에 응하지 않는 경우 국회는 책임 있는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국회는 관련 법률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 종합보고서의 취지를 반영해야 한다. 특조위가 6개월 남짓한 기간에 이 일들을 잘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