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계가 당권을 가져갈 경우 당청관계에 큰 어깃장이 발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비박계가 당권을 얻을 경우 총선 책임론을 놓고 당청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유철 비상대책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2~3달 기간 동안 신속하게 당내 현안들 (처리와) 차기 원내대표, 차기 당 대표 포함 지도부를 선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일정상 오는 7월쯤이 유력하며, 원내대표 선출은 20대 국회 원구성 등을 논의하기 위해 이보다 앞서 5월 초·중순쯤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고 내년에 실시될 대선을 준비하고 관리해야 하는 중책을 맡게된다.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성공했을 경우 친박계 실세로 통하는 최경환 의원이 당권을 거머쥘 것이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하지만 '진박(眞朴) 마케팅'을 진두지휘하는 등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최 의원은 현재 상황에서는 당권 도전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 대안으로 이정현 의원이 친박계를 대표해 당권 도전에 나설 예정이다. 이 의원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새누리당 당 대표에 도전해 대한민국과 새누리당을 바꿔보이겠다"고 전당대회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의원 역시 이번 총선을 이끈 전임 지도부의 일원인데다 박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친박계 핵심 중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총선 참패 책임론을 나눠가질 수밖에 없다.
이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내리 두번 당선된 저력을 바탕으로 '호남 대표론'을 내세우는 동시에 선거기간 내내 당이나 청와대와 거리를 두며 공천파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내세우며 책임론을 정면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하며 세월호 참사 뒷수습을 맡은 이주영 의원 역시 당 대표 도전을 시사했다. 이번에 5선 고지에 오른 이 의원은 친박계로 분류되면서도 계파색이 옅어 비박계로부터도 거부감이 적다는 점이 강점으로 평가된다.
원유철 비대위원장 역시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비대위원장은 전당대회 관리 책임을 맡고 있지만 선거공고를 낸 뒤 위원장직에서 사퇴할 경우 당권 도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친박계는 여소야대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운영을 확실하게 뒷받침하고, 정권재창출의 유리한 고지를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차기 당권을 반드시 자신들이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기다 이번 총선 참패의 책임을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묻고 있는 비박계에 당권을 뺏길 경우 당청관계의 파국이 불가피하다는 계산이다.
반면, 비박계는 친박계가 당권을 쥐게되면 총선 참패의 민심은 왜곡되고 결국 청와대 거수기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비박계에서는 상대적으로 당권에 도전할 인물군이 그리 많지 않는 점이 문제다. 현재 5선에 성공한 정병국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출마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정 의원은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계파 놀음 때문에 당원과 국민들이 돌아섰는데도 아직 분파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지금 당 대표가 되는게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총선 참패에 대해서 우선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처절한 반성을 한 뒤에 무엇을 어떻게 할건지 방향이 설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차기 원내대표로는 4선에 성공한 후보군을 중심으로 비박계 나경원 의원과 친박 핵심 홍문종·유기준 의원, 8년만에 원내에 진입한 중립성향의 정진석 당선인 등이 거론된다. 원내대표 선출 역시 계파간 치열한 기싸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