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영어학원장의 죽음…실적 악화 압박 못이긴 듯

유명 영어학원 원장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자료사진)
유명 영어학원 원장이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국에 9개 센터를 둔 유명 영어학원 대표이사 서모(54)씨가 오전 9시40분쯤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직원들이 발견해 신고했다.

현장에서 발견된 서씨의 유서에는 “몸도 좋지 않고 안 좋은 일도 있어서 먼저 간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대표이사 해임건의안과 관련한 이사회가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점으로 미뤄, 서씨가 압박감을 못이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 강남과 종로, 부산 서면 등지에 센터가 있는 이 학원은 성인을 대상으로 소수 정예나 1대1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해왔으나 지난해 사업부진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학원의 본사는 미국에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학원은 지난 2011년부터 4년 연속 수억원대 흑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19억여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서씨의 지인이자 영어학원계 관계자는 “지난해 적자가 나니까 회사에서 그만두라고 요구를 했을 것이고, 자존심이 센 서씨가 이를 못이긴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이 학원이 이처럼 사업부진을 겪게 된 것은 영어정책 변화에 따른 영어학원 시장이 축소된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한국학원총연합회 전국외국어교육협의회 황성순 회장은 “이명박 정부때 도입된 국가영어능력시험(NEAT)이 폐지되면서 일반 영어학원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줄었다”고 밝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개발한 NEAT는 지난 2012년 도입돼 2016학년 수능부터 외국어영역을 대체할 예정이었으나 2014년 전면 중단됐고, 성인·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도 2015년 중단됐다.

2005년부터 이 학원의 대표가 된 서씨는 한 달 매출이 1억∼2억원에 불과했던 작은 학원을 30배 이상 성장시킨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서씨는 지난 2011년부터 전국 외국어교육협의회 자문위원장을 맡아오기도 했다.

이 학원은 영어의 힘은 '100% 원어민 강사'에서 나온다며 모국어가 영어인 국가의 원어민 강사들만 채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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