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아픔이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도 믿었던 공직사회마저 등을 돌렸다는 사실에 통증의 깊이는 뼈에 사무칠 것으로 보인다.
◇ 세종시, 정부청사 공무원 집단거주지…이해찬 압도적 지지
공직사회는 나이가 많은 간부 공무원일수록 여권 지지 성향을 보이고, 젊은 하위직 공무원들은 야권 성향을 보인다는 게 오래된 정설이다. 이런 표심은 이번 20대 총선에서 여지없이 사실로 드러났다.
총선 결과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거주하는 세종특별자치시의 유일한 국회의원으로 기호 6번 무소속의 이해찬 후보가 당선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세종시선거구는 전체 유권자 16만7798명 가운데 10만6604명이 투표해 63.5%의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개표 결과, 무소속 이해찬 후보가 43.7%,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는 36.0%를 득표해 무려 7.7%p나 차이가 났다. 선거 전 각종 여론 조사에서는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가 줄곧 4~5%p 정도 앞서 나갔지만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들 3개 동 선거구의 전체 유권자는 모두 8만11명으로 이 가운데 5만2979명이 투표해 66.2%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세종시 전체 투표율 63.5% 보다도 높았다.
새누리당 박종준 후보는 26.2%를 얻은 반면, 이해찬 후보는 52.8%를 득표했다. 공무원 집단 거주지역에서 야당 후보가 집권 여당 후보 보다 2배 이상 높은 지지를 얻은 것이다.
이는 공무원, 특히 젊은 공무원들의 마음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에서 떠났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세종시에 주소지를 옮긴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대부분 5급 사무관 이하 2-30대 젊은 사람들"이라며 "4-50대 간부 공무원들은 몸만 세종시에 와 있고 주소지는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야당 후보에게 표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공직사회 젊은 공무원들 "3당 체제 힘들지만 집권세력 싫어"
이럼에도 불구하고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이번에 야당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정부와 공무원들 사이에 뿌리깊은 불신의 골이 존재한다.
정부 세종청사 담장에는 거의 1년 내내 현수막이 걸려 있다. 현 정부들어 추진하고 있는 공무원 관련 각종 개혁방안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구호가 난무하고 있다.
'공무원 성과연금제 도입 중단', '공무원 인사정책 개선 약속 이행하라', '공무원 연금 개혁 즉각 중단'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줄이면서 '철밥통'으로 대변되는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섰지만 공무원들의 피해의식이 너무나도 팽배해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공무원들을 타도 대상쯤으로 여기면서 진지한 소통과 협상을 하지 않고 밀어 붙이기만 하고 있다"며 "자기 밥그릇을 빼앗겠다는데 동의할 공무원들이 누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이러한 불만이 이번 총선에서 표로 나타난 것이다. 설령 3당으로 쪼개져 업무적으로 힘들지언정 더 이상 현 정부와 집권 여당에 의지해 공직생활을 할 수 없다는 통렬한 자기반성과 분노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 부처의 한 고위직 공무원은 "젊은 공무원들의 생각이 예전과 많이 다르고 자기 표현이 강해졌다"며 "어찌됐건 3당 체제가 만들어진 만큼 우선 당장 내년도 예산 편성을 위해 서울 출장이 늘어나게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