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세월호 심판론'이 비등했던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8석이나 따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6석에 그친 4년전과 비교해도 대약진이었다. 박 대통령은 선거 6일 뒤 국무회의 때 "이번 선거 결과는 적폐를 바로잡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매진해 달라는 국민들의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같은해 치러진 7·30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여당은 무려 11 대 4의 압승을 거뒀다. 6일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선거를 통해 국민들께서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정치권은 국민의 고통을 해결하는 진정한 국민의 대변자가 돼 달라는 것이 민의"라는 박 대통령의 평가가 나왔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4·29 국회의원 재보선 5일 뒤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면서도 '민의'를 언급했다. 이 선거 역시 3 대 1의 여당 승리였다.
당시 박 대통령은 "지난 선거에는 공무원연금개혁 등 4대 개혁을 반드시 이뤄서 나라를 바로세우라는 국민의 뜻이 담겨져 있다"며 "정치인들이 그런 국민의 염원을 거스르는 것은 개인의 영달과 이익을 추구하는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동안의 선거 승리가 '적폐해소', '국가혁신', '민생경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개혁' 등 정부 정책기조에 대한 국민적 지지로 이해된 것이다. 하지만 4·13 총선에서의 여당 참패로 박 대통령은 딜레마에 빠진 양상이다.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국민의 뜻'으로 평가하는 경우, 자신이 제기한 국회(야당) 심판론이 민의와 동떨어진 주장이었음을 인정하는 게 된다. 반대로 총선 관련 언급을 피하는 경우, '선거 승리 때만 민의를 따진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총선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인정하되, 민의 수용대상을 정치권에 한정하는 '제3자적 화법'도 가능하다. 실제로 총선 다음날 "20대 국회는 민생을 챙기는 새로운 국회가 되기 바란다"는 청와대 대변인 브리핑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책임전가 논란을 부를 수 있다.
"그때 가봐야 알 수 있다"(청와대 관계자)는 분위기에 비춰볼 때, 박 대통령의 선거 관련 메시지가 어떤 방향으로 정리될지는 미지수다. 다만 총선 평가 여부를 떠나, 경제 활성화 및 4대 개혁 의지의 재확인 등 향후 국정운영 방향이 회의에서 제시될 것이란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여권 관계자는 "여당 내에서조차 청와대와 친박의 오만을 심판당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겸허하게 선거 결과를 정리한 다음, 국정에 대한 지지를 호소해야 대통령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