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은 오는 2020년부터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IFRS4 2단계에 부합하는 보험 감독 체계를 마련해 시행하기로 했다. 보험 자산과 부채를 100%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새로운 지급여력제도를 도입한다는 것.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고금리의 보험계약을 많이 보유한 보험사일수록 부채 부담이 늘어나 지급여력에 비상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 보험험계 지각변동 예고
바뀌는 기준에 따라 국내 보험사들이 추가로 쌓아야 하는 준비금은 수십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자본력이 취약한 국내 보험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얘기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 가운데 유럽에 본사를 둔 보험사들의 경우 이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근 독일 알리안츠그룹이 한국 철수를 결정한 배경에도 IFRS4 2단계 도입 등에 따른 자본 확충 부담이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내 보험사와의 상품 차별화 실패와 저금리 기조에 따른 역마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악화해 오다 시장점유율이 15% 수준으로 하락한 상황이다.
PCA생명과 ING생명의 매각이 추진 중이고, 적자규모가 커지고 있는 악사다이렉트도 알리안츠생명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보험사 건전성 악화
각 보험사마다 비상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보험사들의 대응은 미지근하기만 하다.
제도 변경 예고에도 불구하고 준비에 소홀한 보험사들은 재무적으로 얼마나 건강한지를 나타내주는 지표인 RBC(지급 여력) 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ㅏ.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보험사의 RBC 비율은 267.1%로 작년 9월(284.8%)보다 17.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RBC 비율은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했을 때를 위해 얼마나 자본을 쌓아놨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건전성이 좋다는 뜻이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사들이 100% 이상을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고배당 잔치와 자사주 매입이 건전성 악화의 주범
보험사의 고배당과 자사주 매입이 보험사 RBC 비율 하락의 주요인으로 분석됐다.
작년 주요 보험사의 배당성향을 살펴보면 삼성생명(032830) 25.2%, 한화생명(088350) 27%, 교보생명 17.8% 동양생명(082640) 40.5%, 삼성화재(000810) 27.2%, 현대해상(001450) 28.2%, 동부화재(005830) 22.8%, 메리츠화재(000060) 35.6%로 한화생명만 제외하고 모두 배당성향이 2014년보다 높아졌다.
아울러 삼성생명, 삼성화재, 한화생명 등은 작년 각각 수천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한 바 있다.
금감원은 금융위원회와 협의한 뒤 보험사들이 받을 재무적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RBC 비율이 취약한 보험사에 대해 자본보전완충 자본제도를 2017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는 배당과 내부 유보를 제한하는 방안으로 2014년 보유계약 기준으로 25개 생보사 중 최소 10곳이 배당 제한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제도 도입으로 보험사의 요구자본이 높아져 보험사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들이 연착륙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