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최저임금위원회는 총선 직전인 지난 7일 제1차 전원회의를 열고 2017년 최저임금 심의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은 6030원으로 미혼단신노동자 생계비 기준으로 81%, 2인~3인 가구 생계비에는 34%에 불과해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이번 총선을 겨냥해 여야 모두 최저임금 인상 공약을 내세우면서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
특히 주요 야당이 노동계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해 한목소리로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던만큼 어느 때보다도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총선에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20년까지, 정의당은 1년 빠른 2019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진보 성향 소수 정당인 노동당, 녹색당, 민중연합당은 한걸음 더 나아가 최저임금 1만원을 2017년에 즉시 시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애초 공약집에 최저임금을 거론조차 하지 않다가 야당이 잇달아 최저임금 공약을 내걸자 뒤늦게 20대 국회 임기 4년 안에 8~9000원 인상안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5580원에서 6030원으로 8.1% 상승한만큼 해마다 8.1%씩 올라도 2020년 최저임금은 8234원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실상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공약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경영계의 반발이 이어지자 명목임금을 올리는 대신 관련제도를 보완해 간접적으로 "최저임금이 9000원으로 올라가는 효과"를 내겠다고 한발 물러서 사실상 최저임금 인상을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한국노총 김준영 대변인은 "과거 사례처럼 최저임금위에서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정부가 결정할 가능성도 높다"며 "결국 문제는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국민의 공감대를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냐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총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은 정책 변화를 고민하는 대신 또다시 국회 탓만 하는 유체이탈, 남 얘기하는 화법을 이어갔다"며 "국민의 갈망이 확인된만큼 최저임금을 인상하도록 적극 노력하겠지만, 현 정부에서 큰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고민이 든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위에 간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정부 역시 최저임금 인상에 부정적 입장이기는 마찬가지다.
최저임금위는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 등 27명으로 구성됐는데, 이 가운데 정부가 추천하는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을 결정할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동부는 선거 직전인 지난 10일 'OECD 국제비교 시사점'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저임금이 올라가도 임금격차 완화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최저임금 인상 논의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한국의 2001년 대비 2014년 실질 최저임금 인상률은 73%로 OECD 비교대상국 가운데 가장 급격하게 올랐지만, 임금근로자 상위 10%의 소득 대비 하위 10%의 임금격차가 OECD 3위의 초라한 성적표를 거뒀다는 주장이다.
한 노동부 고위 관계자는 "최저임금위가 정할 문제지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겠다는 정당 공약에 우려가 든다"며 "1만원으로 올려서 영향이 없다면 10만원, 100만원으로 올려도 문제가 없겠나. 결국 정도의 문제일 뿐 인건비 부담이 큰 중소기업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1년~2008년에 최저임금 인상률(56%)이 급증했을 뿐, 이명박 정부 이후인 2009년~2014년에는 7.3%로 최근 최저임금 인상률은 오히려 저조했다고 반박한다.
만약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단계적 인상하자면 해마다 13.4%씩 인상해야 하지만,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에도 16.6%(1600원->1895원, 265원 인상) 인상한 경험이 있는 만큼 관련 제도를 개선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이승철 사무부총장은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가 결정하는 만큼 여소야대 국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여야 모두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는 공감을 가졌고, 국민적 동의도 이뤄진만큼 정치권이 최저임금을 인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