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의 두 문장짜리 짤막한 브리핑이 전부였다. "20대 국회가 민생을 챙기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새로운 국회가 되길 바랍니다. 국민들의 이런 요구가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라고.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4.13 총선 결과에 대해 무슨 내용을 어떤 형식으로 발표할 것인지 적잖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보수, 진보 언론을 막론하고 일제히 '현 정권에 대한 심판', '선거에 의한 정치적 탄핵' 등으로 4.13 총선 결과를 평가할 정도니 말이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은 국민들에게 발표하는 내용치고는 너무 부족하고 성의가 없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생각인지, 청와대의 입장인지 주체도 모호하다.
"국민의 심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그 흔한 문구 하나 넣지 않았다. 마치 청와대는 이번 총선과는 무관하다는 듯한 인상을 풍기려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와 관련된 언행을 기억하고 있다.
선거 당일에는 새누리당의 상징색인 빨간색 옷차림으로 투표소에 등장했고, 선거 며칠 전까지는 지방을 순회하며 국회 심판론을 거듭 강조했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파동을 불러온 친박-비박간 주도권 싸움, 이른바 '진박' 후보 끼워넣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의 비밀회동설 등은 청와대가 이번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물론 거슬러 올라가면 유승민 의원을 겨냥한 박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도 조기 레임덕의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 됐다.
즉, 사상 최악의 여당 참패로 끝난 이번 4.13 총선은 새누리당에 대한 심판이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의 지난 3년간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냉엄한 중간평가인 것이다.
오만과 독선, 여기에 불통(不通) 논란이 끊이질 않았는데, 총선 패배에 대한 청와대 입장에서조차 끝내 소통의 노력이 보이지 않는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고.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 이번과 같은 패배의 아픔은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김 대표의 장담과는 달리 김 대표의 등에 업힌 많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우수수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국민을 '업어주는' 정치를 했어야 했다. 국민의 기대를 '엎어버리는' 일방향의 밀어붙이기식 정치를 해온 데 대한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때다.
그리고 이번 4.13 총선 결과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정신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