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바 아웃" 코비는 마지막까지 코비다웠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은퇴 경기를 마치고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NBATV 중계화면 캡처)
"What can I say? Mamba out"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코비 브라이언트(38·LA 레이커스)는 자신의 미국프로농구(NBA) 20년 경력을 매듭짓는 마지막 경기를 가장 코비답고 '블랙맘바'다운 모습으로 장식했다. 그리고 '맘바'는 환한 미소와 함께 코트를 떠났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플스센터에서 열린 2015-2016 NBA 정규리그 유타 재즈와의 최종전이자 은퇴 경기에서 무려 60점을 퍼부어 LA 레이커스에 101-96 승리를 이끌었다.

코비는 마지막까지 코비다웠다. NBA 역사에 이미 많은 족적을 남겼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이름을 NBA 기록집에 올려놓았다.

1950년대부터 NBA 무대를 밟았던 그 어떤 선수도 은퇴 경기에서 브라이언트보다 많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또 NBA 경기에서 60득점을 달성한 최고령 선수로 역사에 기록됐다.

경기는 유타가 10점 차 내외로 앞선 채 계속 진행됐다. 브라이언트가 4쿼터에 슛을 폭발시키면서 승부가 뒤집혔다. 97-96으로 스코어를 뒤집는 종료 31초 전 중거리슛은 뜨거운 전율을 선사했다.

코비 브라이언트가 20년 동안 NBA 무대에서 보여준 모든 것이 마지막 한 경기에 담긴 것만 같았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승부처에 강했다. 4쿼터의 사나이다. 슛을 난사한다는 혹평도 받았지만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누구도 걷잡을 수 없었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경기가 끝나고 재밌는 말을 했다. "선수 생활 내내 사람들은 내게 제발 패스 좀 하라고 그랬는데 오늘은 동료들이 계속 내게 패스를 했다"며 웃었다. 동료들의 밀어주기, 팬들의 뜨거운 성원, 코비 브라이언트는 늘 그래왔듯이 그들을 배신하지 않았다.


1996년 데뷔 당시 머리카락을 빡빡 밀고 NBA에 등장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다소 촌스러운 이미지였다. 2년차 때 머리카락을 길렀고 기량도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랐다.

그는 2년차 때 NBA 올스타전 주전이 됐고 4년차 때 ALL-NBA 디펜시브 퍼스트팀에 포함됐으며 또 샤킬 오닐과 함께 리그 3연패를 이끈 주역으로 성장했다. 홀로서기에 나선 이후 힘겨운 나날을 보낸 적도 있지만 2008년 정규리그 MVP, 2009년과 2010년 리그 2연패와 파이널 MVP 연속 수상을 달성하며 NBA의 별로 우뚝 섰다.

팬만큼 안티도 많았다. 사람들은 '제2의 마이클 조던'이라는 표현에 거부감을 느꼈다. 누구도 조던이 쌓은 경력과 임팩트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코비 브라이언트의 플레이가 조던과 많이 닮았기에 그에 대한 냉혹한 시선은 좀처럼 거둬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비 브라이언트는 자기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2000년대 초반 샤킬 오닐과 팀내 주도권 다툼을 벌였지만 코트 안에서만큼은 NBA 역사에 남을 원투펀치로 영광의 나날을 함께 했다. 지금은 서로 감정을 풀었다. 오닐은 최근 방송을 통해 "우리는 함께 7번 정도는 우승을 했어야 해. 우리는 자주 싸웠고 의견 충돌도 많았지만 그게 우리 모두를 뜨겁게 만들었지. 난 널 더이상 싫어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또 코비 브라이언트는 누구보다 자기 자신에게 냉정한 사람이었다.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가장 먼저 체육관을 찾아 가장 늦게 체육관을 떠났다. 이미 정상급 슈팅가드로 발돋움한 상황에서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몸을 불렸고 오른손이 아프면 왼손으로 슛 연습을 해 실전에서 활용했다.

승부욕과 자신감은 코비 브라이언트를 상징하는 단어다.

코비가 데뷔할 당시 레이커스의 감독이었던 델 해리스는 "하루는 코비가 자기에게 1대1을 시켜주면 누구든지 박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난 팀 입장에서 봤을 때 그건 확률이 높지 않고 무엇보다 샤킬 오닐에게 코비가 1대1을 할테니 자리를 비키라는 말을 할 자신이 없다. 그러자 코비는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화가 난듯 보였다"고 말한 바 있다.

그래서 이기적인 선수라는 타이틀이 늘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선수가 모이는 NBA 무대에서 이기적인 선수가 1,346경기를 뛰는 것은 불가능하다. 코비만의 생존 방법이었고 승리 방정식이었다.

81점을 넣고 팀 승리를 이끈 경기를 보고 단순히 이기적이었다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런 선수가 NBA 통산 득점 3위에 오를 수는 없다. 그 전에 리그에서 밀려났을 것이다.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코비 브라이언트의 고집과 자신감은 경기를 지배하는 그만의 방식이었다.

1996년 LA 레이커스에서 데뷔한 코비 브라이언트는 레이커스 유니폼을 입고 20년의 경력을 매듭지었다. 브라이언트는 울지 않았다. 미소를 유지한 채 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제가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맘바는 떠납니다", 브라이언트가 NBA 코트에서 남긴 마지막 말이다. 코비 브라이언트는 마지막 순간까지 코비 브라이언트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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