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20대 총선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2당으로 추락하는 참패를 당했다.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여권성향 당선자들을 영입해도 130석에 미치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했다.
이 때문에 20대 국회출범을 전후해서 청와대발 정계개편 시도가 벌어질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이 나온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첫날부터 정계개편설이 나오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그대로 가기는 어렵지 않겠나?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가 야당의 협조없이는 일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의 선택은 '여소야대'로 박근혜 정권에 대한 확실한 심판이었었지만 박근혜 정부는 아직 1년 10개월이 남았다.
청와대로서는 이대로 끌려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4가지 정도의 전망이 나오고 있다.
첫 번째로 가장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 대대적인 사정한파가 몰아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두 번째는 여권발 정계개편을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고, 세 번째는 레임덕에 빠진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해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네 번째는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 사실 의도적인 사정정국을 조성하려 한다면 민심의 호된 비판을 받을 거다. 그렇지만 여전히 칼자루는 청와대가 쥐고 있으니 그 칼을 이용하려 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에 근무한 한 관계자는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지면서 레임덕이 가속화 되겠지만 청와대는 평소 하던대로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을 동원해서 사정몰이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단은 선거사범 수사에 집중할 것이라는 관측이 가장 유력하다. 대검 공안부를 중심으로 선거사범 수사가 어느 선거 때보다 강력하고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리고 폐지됐던 대검 중수부가 검찰총장 직속의 '부패범죄 특별수사단'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는데 그동안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따라서 총선이후 복수의 대기업에 대한 수사에 착수 할 것이라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무성하다.
또 국가정보원 2차장에 우병우 민정수석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최윤수 전 부산고검 차장이 임명됐는데 국정원발 어떤 기획이나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청와대의 의중과 달리 사정당국이 그렇게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레임덕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 두 번째는 정계개편 가능성인데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가능할까?
먼저 정계개편의 방향은 1차적으로는 새누리당이 몸집을 불리는 것이다. 새누리당을 탈당해서 당선된 의원들을 영입해 확실한 1당의 지위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다. 유승민 의원과 윤상현 의원, 주호영 의원, 안상수 의원, 강길부 의원 등 5명과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탈당한 장제원, 이철규 당선자 등 모두 7명의 영입이 가능하다. 이럴 경우 1당의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물론 더민주가 이해찬 의원과 홍의락 당선자를 영입하고 정의당과 전략적 제휴를 한다면 1당의 지위를 유지 할 수는 있다. 새누리당으로서는 과반의석 달성에는 미달하지만 확실한 1당의 지위확보가 최우선 과제다. 앞으로의 국회운영을 위해 1당 지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차적으로는 국민의당이나 야당 당선자 중 중도우파 성향의 의원을 영입하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청와대발 정계개편 시도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당대당 개편은 불가능하겠지만 탈당인사를 영입한 뒤 중도성향의 야당 당선자들을 개별적으로 영입하려는 시도를 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사여부와는 관계없이 이런 시도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인 것이다.
또다른 하나는 그렇다면 과연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가능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정계개편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여소야대 국면을 만든 민심을 거역하는 것으로 그렇게 할 경우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희웅 오피니언 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정계개편을 시도하거나 개헌카드를 꺼낼 수있는 최소한의 동력도 흔들릴 정도의 패배"라면서 "정계개편의 주체가 되기엔 민심이반이 너무 커보이고 개편에 동참할 미래세력도 부재한것 같다"고 분석했다.
▶ 네 가지 전망 중 세 번째 박근혜 대통령이 탈당해서 중립내각을 구성하는 안 이건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지 않나?
우선 새누리당 내에서 총선 패배를 둘러싼 책임론이 거세게 일 것이다. 친박계와 비박계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박 대통령의 국정을 뒷받침해줄 여당의 지원사격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고 조기 전당대회와 새누리당 대권주자들의 '각개약진'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이 불가피 할 것이다. 특히 '진박'으로 낙인찍힌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청와대와 거리두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카드는 별로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정국을 풀어가지 못할 경우 박근혜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중립내각을 구성해서 국회의 대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방법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인 것이다.
▶ 네 번째는 아무런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패배의 근본원인도 박근혜 대통령의 오만과 불통 때문이다. 대통령이 끝까지 야당심판론(국회심판론을 내세웠지만 이는 야당심판론 야당책임론을 거론하는 것임)을 들고 나왔고 투표일까지 빨간 옷을 입고 나타나면서 선거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따라서 당분간 청와대가 뭔가를 시도할 여력조차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면서 "탈당한 무소속들이 복당해도 부족하니 레임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새누리당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의회정치의 복원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태일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의 방식을 고집할 경우 파국을 맞을 것"이라면서 "국민의 선택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서 여의도 정치가 복원되도록 하고 청와대와 내각의 진용을 새롭게 개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렬 교수는 "인위적인 정계개편 시도나 사정정국 조성은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복원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 야당발 정계개편 가능성은 없나?
그동안은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에 의존해 새누리당의 일방독주를 견제해왔다면 앞으로는 새누리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로 야당의 독주를 견제하려 할 것이다.
또 국민의당은 확실한 캐스팅보트를 쥐었다. 새누리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과반수를 확보할 수가 없다. 새누리와 더민주간 협력이 아니라면 국민의당과 손을 잡아야 하는 것이다. 당장 20대 국회 원 구성에서부터 국민의당의 힘이 발휘된 가능성이 높다.
관례적으로는 집권당이 국회의장과 국회운영위원장을 차지해왔지만 법적인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국민의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야당발 정계개편은 국민의당이 더민주와 합당이나 전당대회를 전후해서 당내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창렬 교수는 "국민의당이 호남출신 대 안철수 세력간 갈등이 빚어질 개연성이 있고 그럴 경우 야당발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내년 대선이 다가오면서 가속화 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안철수 의원은 독자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고 야권통합론을 주장하는 호남출신 의원들과의 갈등과 더민주와의 통합논의가 봇물처럼 번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