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대 총선에서 전체 67개 선거구 중 63개(94%)를 석권하다시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완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 대구에서까지 역풍을 맞으면서 4‧13 총선 전체 패배의 진원지가 됐다.
패인은 잘못된 공천에 있었다. 여권 관계자는 1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합리적 물갈이를 원한 영남 민심을 읽는데 완벽하게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공천 파동’의 무대였던 대구에서 야권과 무소속의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부산‧경남에선 ‘낙동강 벨트’의 반(反) 여권 기류가 결국 범람했다. 울산에선 노동계 출신 무소속 후보들이 약진하면서 노동개혁을 추진했던 박근혜 정부의 정책 실패가 확인됐다.
◇ 野 김부겸‧홍의락, ‘박근혜 고향’ 침공
배제된 유 의원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상대 후보의 3배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다. 또 다른 비박계 무소속 주호영(수성을) 후보도 새누리당 이인선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며 ‘보복 공천’의 문제점을 몸소 증명했다.
야권 후보들은 여권이 분열된 틈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수성갑) 후보는 새누리당의 잠룡(潛龍) 김문수 후보를 꺾고 31년 만에 대구에 야당의 깃발을 꽂았다.
그의 측근 무소속 홍의락(북을) 후보도 여당의 ‘전략공천’ 수혜를 입은 양명모 후보를 가볍게 꺾었다.
당내에선 대구의 패배와 관련, ‘이한구 책임론’이 거론됐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현직 의원 시절 수성갑 지역구 관리에 실패했고,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주호영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에서 배제한 결과 북을도 야권에 빼앗기게 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 선대위원장인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이 선거 직전 ‘석고대죄’ 퍼포먼스까지 펼쳤지만 소용이 없었다.
◇ ‘낙동강 벨트’ 野風, 부산‧경남 전역으로 확산
야권의 바람은 ‘낙동강 벨트’에서 거세게 불었다. 벨트 소속 9개 선거구 중 북‧강서갑, 사하갑‧사상(이상 부산), 김해갑‧김해을‧양산을(이상 경남) 등 6개 지역에서 새누리당이 패했다.
바람은 낙동강을 넘어 동진해 부산 중부로 향했다. 당초 새누리당이 우세하다고 평가했던 부산진갑에서 나성린 후보가 더민주 김영춘에게, 연제에서 김희정 후보가 더민주 김해영 후보에게 졌다. 김무성계 서용교 후보도 더민주 박재호 후보에게 충격의 역습을 당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야당의 바람이 거셀 것으로 예상됐지만,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구태의연하게 공천했다”며 “김무성 대표의 국민공천제가 부산에서 큰 독이 됐다”고 비판했다.
◇ 창원‧성산, 울산 등에 강한 ‘노동계’ 바람
동구에서 무소속 김종훈 후보가 새누리당 안효대 후보를 이겼고, 북구에서도 무소속 윤종오 후보가 새누리당 윤두환 후보에 승리했다.
이들은 노동계 출신으로 동구와 북구의 반(反) 노동개혁 흐름을 반영한다는 것이 당내 평가다.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 종사자가 다수를 이루는 지역구임에도 새누리당이 ‘귀족노조’ 등에 대한 비판과 함께 강한 구조개혁을 암시한 것이 패배의 원인이라고 한다.
이밖에 경남 창원‧성산에서 야권 단일화를 이룬 정의당 노회찬 후보도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