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으로 '40명 살생부', '막말 통화', '옥새 투쟁' 등으로 대표되는 공천 파문이 꼽히고 있는 만큼 향후 책임론이 거세지며 새누리당이 급격한 내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김무성 총선 참패 책임지고 사퇴 수순
김무성 대표는 총선을 보름 앞둔 지난달 30일 한 토론회에 참석해 "선거 승패와 관계 없이 이번 총선이 끝나면 마무리를 잘하고 사퇴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김 대표가 사퇴를 예고할 당시만 하더라도 공천 파문을 봉합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반 의석을 얻은 뒤 유종의 미를 거두며 물러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김 대표는 등 떠밀려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동안의 전례를 보더라도 큰 선거에서 참패할 경우 당 대표의 사퇴는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특히, '옥새 투쟁'으로 대표되는 계파간 공천갈등으로 김 대표 본인이 밝힌대로 "정신적 분단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의 사태가 나온 것"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친박계 역시 마찬가지로 고개를 들기 힘든 상황이다.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진실한 사람' 발언에 기댄 소위 '진박(眞朴)' 후보들이 텃밭 대구에 대거 투하되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어,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들에게 공천을 주기위해 보란듯이 비박계에 대한 공천학살을 자행했으며 특히, 유승민 의원에 대해서는 끝까지 공천을 미루며 탈당으로 내모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또, 친박핵심 윤상현 의원이 김 대표를 향해 "죽여버려 이XX.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트려버려"라며 막말을 쏟아내는 모 인사와의 통화내용이 공개되며 막장 공천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 짧은 자숙기간 거친뒤 차기 당권 놓고 한판 승부
이처럼 공천 파문이 이번 총선 참패의 가장 큰 원인이지만 그 책임을 누가 질지를 놓고서는 친박계와 비박계의 입장이 다르다는 점에서 당 내홍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주도한 '100% 상향식 공천'과 '옥쇄 투쟁' 등으로 공천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발생하면서 실망한 지지층이 이탈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친박계 관계자는 "공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김 대표가 수적인 우세를 바탕으로 현실과 맞지 않는 100% 상향식 공천을 밀어부쳤기 때문"이라며 "그 결과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를 반영하지 못했고 상향식 공천에 맞지 않는 공천이 잘못된 것처럼 비춰졌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비박계는 당론으로 정한 100% 상향식 공천 원칙을 지키지 않고 권력자에 의한 사천(私薦)을 자행하면서 민심이반이 심각해졌다며 친박계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한 비박계 관계자는 "청와대의 하명을 받은 이한구 위원장이 칼춤을 추면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막장으로 간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이를 막으려고 한 김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따라 김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총사퇴 등으로 짧은 기간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지만 차기 당권 경쟁이 시작되면 총선 참패 책임론을 둘러싼 계파갈등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총선에서는 졌지만 당권은 어느 한쪽이 가져가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공천 파문의 원인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가 극명한 만큼 당권 경쟁에서도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