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야권 분열에 따른 야권 필패가 예상됐지만 정반대로 새누리당이 참패를 당한 것은 민심이 '박근혜 정부 심판론'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체 지역구 의석(253석) 중 절반 가까이(122석)를 차지하는 수도권 무당층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정권심판론이 여소야대 구성을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간 경기침제와 높은 청년실업률에 따른 민심의 경고음이 이어졌지만 여권이 이를 외면한 채 선거 초반 180석을 운운하는 등 오만한 행태를 보였다는 것.
이번 총선은 박근혜 정부 임기 1년8개월을 남기고 실시됐다는 점에서 현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었지만, 새누리당이 선거기간 내내 '야당 심판론'을 제기하며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인 것도 민심 이반에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자영업자인 강희수(49)씨는 "그동안 정부와 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해 국민들이 표현을 하지 않다가 표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가했다.
박지수(29)씨는 "새누리당에 경제를 활성화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했지만 새누리당이 강하게 추진한 '자유무역협정(FTA)'나 '경제민주화'가 경제활성화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것 같다"며 "또 일반 국민들이 불만을 갖고 있던 조세불평등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친박계(친박근혜계)와 비박계(비박근혜계)가 벌인 공천파동으로 기존 여권지지층이 새누리당에 등을 돌리게 된 것도 한몫 했다는 분석도 있다.
주부 박혜련(45, 여)씨는 "(여당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공천파동을) 일반 국민들은 무척 한심하게 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택시기사 안상희(50)씨도 "정부여당이 하는 모든 것들이 불안하기도 했지만 당권싸움, 공천갈등이 가장 크게 와 닿았던것 같다"며 "많은 의석을 갖고 있어도 의정활동보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것을 국민들이 심판한 것"이라고 밝혔다.
여권 지지층의 외면은 수치로도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지역 투표율은 54.8%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고, 여권의 텃밭인 부산(55.4%), 경북(56.7%), 경남(57.0%)도 전국 평균 투표율(58.0%)을 밑돌았다.
친박계가 선거운동 막판에 무릎까지 꿇으며 "박 대통령을 도와 달라"고 읍소했지만 여권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오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앞서 야권에서 빠져나왔다 여권으로 흡수됐던 부동층이 다시 야권으로 흡수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길리서치 홍형식 소장은 "선거 2-3주를 앞두고 50~60대 부동층이 오히려 늘었다"며 "이들은 70~80년대 민주화운동을 했다가 새누리당을 지지하게 된 세력으로 4월초까지 표심을 정하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야당 쪽으로 표심을 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들은 정부와 여당의 국정실패를 민주주의의 후퇴로 보고 거기에 대해 분노한 것"이라며 "이번 선거의 이변은 이들 50~60대가 만든 것"이라고 덧붙였다.
총선 내내 '야당 심판론'을 내세웠던 새누리당은 선거결과 윤곽이 드러난 뒤에야 "국민들은 엄청난 실망과 질책을 하는데 제대로 보지 못했다"며 "민심과 표심의 구체적 내용들을 하나하나 새기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