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강성훈 판사는 12일 지난해 종단 주도권을 둘러싸고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기소된 태고종 도산 스님 등의 1심 선고공판에 앞서 피고인들을 엄하게 질책했다.
강 판사는 먼저 피고인 중 한 명이 석명서에 쓴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어떠한 물도 마다하지 않고 받아들여 거대한 대양을 이룬다'는 말을 문제 삼았다.
"피고인들이 과연 넓은 대양을 지향했는지 의심스럽다"며 "작은 호수 영역을 다투다 자기들만의 옹달샘을 만든 형국인데 호수에 안주하기보다 설령 증발할지라도 사막으로 나아가 자신을 불태웠어야 한다"는 것이다.
강 판사는 이어 "만약 이 재판을 학생들이 보고 피고인들이 왜 재판을 받는지 물었다면 재판장으로서도 말문이 막혔을 것"이라며 "종교지도자들이 아니라 다 큰 어른들이 한 행위로 봐도 부끄럽다"고 지적했다.
강 판사는 그러면서 "초심으로 돌아가 성찰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 예의를 절실히 깨닫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강 판사는 구속기소된 태고종 현 총무원장 도산스님에게 징역 1년6월, 반대파인 비상대책위원장 종연 스님에게는 징역 1년2월을 각각 선고했다.
또 불구속기소된 태고종 총부부장 대각 스님과 비대위 호종국장 정호 스님에게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종단 주도권을 둘러싸고 내분이 일어났을 때 용역 등을 동원해 상대방 사무실에 들어가 폭력을 휘두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