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성적표다. 그런데 이 성적표의 주인이 외국인 선수라면 평범보다는 별로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바로 올해 K리그 클래식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외국인 선수 티아고(성남FC)의 지난해 성적표다.
티아고는 지난해 포항에서 뛰었다. 당시 포항 사령탑이었던 황선홍 감독은 1년이 아닌 그 이상을 내다보고 티아고를 영입했다. 브라질 명문 산투스의 유스팀 출신인 티아고의 당시 나이는 고작 스물둘. 황선홍 감독도 당장의 기량보다는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황선홍 감독이 물러나면서 티아고는 포항의 애물단지가 됐다. 결국 사령탑이 바뀌자 티아고는 2년 계약을 채우지 못하고 성남으로 이적했다.
성남 유니폼을 입은 티아고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런데 티아고가 확 달라졌다. 성남 유니폼을 입고 개막 후 4경기 연속 득점포를 가동했다. 2012년 몰리나(당시 FC서울)의 기록과 타이. 티아고는 13일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신기록에 도전한다.
티아고는 어떻게 포항의 애물단지에서 성남의 보물이 됐을까.
갈 곳을 잃은 티아고에게 손을 내민 것은 성남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티아고의 장점을 높게 샀다. 김학범 감독은 "티아고의 단점을 고치기보다는 장점을 살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티아고의 장점은 슈팅.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 김두현 같은 선수들과 함께라면 티아고의 장점을 충분히 살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러브콜을 보냈다. 판단은 적중했고, 티아고는 득점으로 화답했다.
이미 김학범 감독은 전 소속팀에서 버림 받은 선수들을 다시 살려낸 경험이 있다.
성남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에는 FC서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한 두두를 데려와 득점왕(18골)에 올려놓았다. 또 강원FC 감독이었던 2012년에는 전남과 포항에서 포기했던 웨슬리와 지쿠로 재미를 봤다.
티아고와 마찬가지로 단점보다는 장점을 높게 평가했다. 무엇보다 실패 원인을 기량이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았다. 이미 K리그 클래식에 온 만큼 기량은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었다. 대부분 적응 문제였고, 이를 해결해주니 펄펄 날았다.
김학범식 밀당도 외국인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9일 인천전에서 티아고가 결승골로 4경기 연속 골을 터뜨린 뒤에 따끔하게 혼을 냈다.
김학범 감독은 "득점을 했지만 플레이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적극적으로 뛰었어야 했다. 전체적인 경기 운영과 맞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면서 "골이 전부가 아니다. 팀원으로 역할을 못하는 선수는 혼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