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앞두고 탈북사실 묶어서 발표
-식당직원, 軍 대좌가 고위층은 아냐
-北균열? 황장엽 탈북때도 견고해
-대북제재 업적쌓기, 과시용 의혹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세현(전 통일부장관)
요 며칠 사이 두개의 굵직한 탈북 뉴스가 있었습니다. 우선 중국 저장성에 위치한 북한식당이죠. 류경 식당에서 직원 13명이 집단 탈출한 뉴스가 있었고요. 어제는 북한 정찰총국 소속의 북한군 대좌가 우리나라로 망명을 요청한 사실을 통일부가 확인을 했습니다.
잇다른 탈북 소식을 접하면서 두 가지 궁금증이 듭니다. 하나는 '정말로 북한 김정은 체제에 균열이 오는 시그널 아니냐?' 하는 것이고요. 또 다른 하나는 '혹시 선거 앞두고 일종의 북풍은 아니냐?'하는 거죠. 이분을 통해서 짚어봅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정세현 장관님, 안녕하세요?
◆ 정세현>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일단 객관적으로 말이죠. 중국 류경식당의 직원 13명, 가족이 아닌 직원들이 이렇게 집단적으로 탈북했다는 거는 이례적인 일은 분명하죠?
◆ 정세현> 네, 그렇죠. 그렇게 가족들이 아니고 동료들끼리 온 것도 지금 희귀한 일이고, 그다음에 13명씩이나 된다는 것도 그것도 대단한 일이죠.
◇ 김현정> 그렇죠, 그런데 이게 가능은 합니까? 사실은 가족들끼리도 서로 서로 감시하는 체제라고 해서 탈북이 비밀리에 이렇게 이루어지기가 힘들다고 하던데. 직원 13명이 가족도 아닌데 비밀 유지가 끝까지 됐네요?
◆ 정세현> 아무래도 제 생각에는 13명 중에 상당수가 처벌받을 수 있는 일들을 저질렀기 때문에 그 처벌이 두려워서 이렇게 밖으로 나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처벌받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세현> 밖에 나와서 일하는 동안에 지켜야 할 규칙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리고 그 닝보라는 데가 당나라 때부터 유명한 그야말로 번화하고 유명한 항구도시입니다. 닝보 같은 데에 오면 아마 그 굉장히 자유분방하게 돌아가는 중국 사회의 모습을 보면서, 쉽게 얘기하자면 바람이 좀 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자유화의 바람이요.
이런 것은 돌아가서 처벌받을 수 있고 도중에도 불려갈 수 있죠. 그러면 '처벌받지 않기 위해서는 뭔가 다른 선택을 해야 되는 것이 아니냐?' 이렇게 흔들리고 있을 때 뭔가 좀 공작이 들어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공작이 들어갔다는 게 무슨 말씀이세요?
◆ 정세현> 지금 이번에 급하게 선거를 앞두고 발표를 하다 보니까, 북풍을 활용해서 발표를 하다 보니까 정부가 개입했다는 것을 사실상 시인을 하지 않았습니까? 정부 내의 그런 일을 하는 데도 있으니까.
◆ 정세현> 아니, 4일에 나왔는지 5일에 나왔는지 분명치 않지만 닝보를 떠나서 태국으로 갔다가 어디 비엔티안인가요? 라오스를 거쳐서 속하게 7일에 들어왔다는 건데요.
◇ 김현정> 그렇죠.
◆ 정세현> 그거는 그 사람들끼리, 자기들끼리는 그렇게 못해요. 과거에 국경 지대에서 종교적인 배경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탈북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렇게 많은 인원은 못했고요. 이거는 정보기관이 관여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죠. 통일부에서야 그렇게 발표를 해야죠. 그걸 어떻게 시인합니까? (웃음)
◇ 김현정> 정보기관이 아마 이들의 탈출에 개입했을 것이다? 도움을 줬을 것이다?
◆ 정세현> 그렇죠.
◇ 김현정> 이거는 뭐 정 전 장관의 경험상 말씀이시죠, 다른 근거가 있으신 건 아니죠?
◆ 정세현> 아, 그럼요. 제가 정보는 없습니다마는 정황으로 봐서 정부 당국 같은 데서 개입하지 않으면 신속하게 보고를 할 수 없었죠.
◇ 김현정> 그러면 정보 당국이 개입을 한 이유도 선거와 관련이 있다고 보시는 거에요? 아니면 그냥 그야말로 인권적인 차원에서 도왔다고 보시는 겁니까?
◆ 정세현> 시간적으로 보면 선거와 좀 관련이 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원래 7일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칩시다. 원래는 앞으로 1년 후에나 발표할 둥, 말 둥이에요.
◇ 김현정> 원래대로라면요? 왜냐하면 신원 보호 같은 것 때문에요?
◆ 정세현> 그렇죠, 그중에는 정보 가치가 있기 때문에 하나원 같은 데도 보내지 않고 바로 그냥 기관에서 활용해야 될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럴 수 있죠. 정보가치가 있기 때문에. 정찰총국 대좌 출신이라는 사람은 아마 하나원에 안 갔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그런 데 안 보내요. 바로 활용 가치가 있기 때문에.
◇ 김현정> 그렇죠, 정보를 많이 아니까.
◆ 정세현> 그렇죠, 그러니까 그런 조사를, 분류가 끝난 뒤에 공개를 하게 돼 있는데. 공개도 여기저기서 이제 기자들이 소문을 듣고 취재를 하면 그냥 그런 일이 있었다고 확인해 주는 정도인데요. 이렇게 그냥 묶어서 발표를 하는 걸 보고 '아, 이건 누가 봐도 이건 선거용이다. 절대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졌다는 식으로 변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하는 생각이 들었죠.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요즘은 북풍 이런 거 발표한다고 해도 국민들이 그거 보고서 '이당 찍어야겠다' 이런 시대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 정세현> 그런데 국민들의 정치의식은 상당히 앞서 가 있는데, 실제로 정치인들이라고 할까요? 이런 문제를 관리를 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뒤떨어진 옛날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그래요. 요새 '북풍 잘못 불게 하면 역풍 분다' 이런 얘기를 공공연히 하는데 아직도 정치가 이런 식으로 북한과 관련된 뉴스를 터뜨리는 것 아니냐, 의심을 하신다는 말씀이네요. 정세현 전 장관의 추측입니다만 그런 생각을 하신다는 거예요.
◆ 정세현> 맞는 말이죠. 왜냐하면 여권이 없이 들어온 국경지역의 불법 탈북자들은 발각이 되면 잡아가지고 수용소에 넣었다가 북송을 합니다. 그런데 류경식당의 사람들은 중국 정부도 인정하고 북한 당국이 발행한 여권을 가지고 들어와서 합법적으로 체류했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 사람들이 중국 내에서 어디를 가던 간에 그건 중국 경찰이 따라다닐 수는 없죠.
중국 경찰은 그런 짓까지 할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더구나 연길 같이, 연변 이런 데도 아니고 저 멀리 중국의 양쯔강 남쪽의 저장성에 있는 북한 사람들을 갖다 중국 공안이 어떻게 감시를 하겠습니까? 거기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가는데 그것이 관광인지 뭔지 알 수가 없죠. 그것은 중국 당국에 절대로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일이라고 봅니다.
◇ 김현정> 그렇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바뀌어서 그런 거는 아니라고 보세요?
◆ 정세현> 그건 아니죠, 의심이 간다고 무슨 근거로 중국 공안이 나서겠습니까? 여권을 가지고 있는데.
◇ 김현정> 또 하나 짚어볼 부분, 이번에 류경식당 직원들도 그렇고 북한대좌도 그렇고 북한에서는 즉 고위층에 속하는 사람들, 살기 괜찮은 사람들로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왜 탈북을 했을까? 우리가 과거에 탈북자라고 하면 먹고살기 힘든 서민층, 이렇게 생각하기 쉬운데요. 고위층의 탈북이 연이어지는 거는 사실 아닙니까? 이건 어떻게 해석하세요?
◆ 정세현> 우선 첫째로 식당 종업원은 고위층이라고 볼 수 없고. 북한에서 고위층의 자녀들은 김일성 대학이나 김책공대를 갑니다. 또는 최소한 김형직 사범대학이요. 그런데 여기 이 사람들은 아마 상업대학을 나왔을 겁니다. 장철구 상업대학이라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또 음악대학도 있어요. 재능들이 있으니까요. 그런데 배정을 받는 학생들을 일반적으로 중간 이하죠.
◇ 김현정> 아, 그렇습니까? 여기가 외국 식당 근무는 굉장히 선호하는 직업이어서 출신 성분이 좋아야 된다, 이런 보도들 나오던데요?
◆ 정세현> 되고 난 뒤에 뽑힐 때 여러 가지 충성을 맹세해서 나올 수는 있죠. 그러나 핵심계층의 자녀들은 아니에요. 그 다음에 북한군 대좌가 왔다고 요란하던데, 북한군 대좌가 무슨 일반 군인들로 치면 별 2개 정도 된다라는 식의 허황한 얘기도 하는데요.
◇ 김현정> 그런 보도도 나옵니다.
◆ 정세현> 그거는 우스운 얘기고 대좌면 대좌지. 어떻게 정찰총국의 대좌는 그냥 군인들의 소장급이라고 얘기합니까? 옛날에 한때 보안사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적이 있었어요.
◇ 김현정> 보안사 있었죠.
◆ 정세현> 그러면 보안사 대령이 그냥 군인들 소장급입니까? 중장급입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고. 그건 아니고요. 그런 대좌도 고위층이라고 볼 수는 없죠. 고위층이라고 말한다면 1997년에 탈북했던 황장엽 노동당 비서.
◇ 김현정> 그 정도는 돼야 한다?
◆ 정세현> 그런데 그런 사람이 북한에서 나와서 북한이 무너질줄 알았는데 무너지지 않았죠. 그러니까 자꾸 이런 탈북에다가 북한 체제의 와해 조짐이다, 이런 식으로 갖다 붙이는 것은 정말 확대 해석이고 견강부회입니다.
◇ 김현정> 오히려 그것도 하나의 북풍이라고 보시는 거군요, 고위층 탈북이 이어진다는 이야기도.
◆ 정세현> 그러니까 제가 볼 때는 이번에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제재 압박 강도가 굉장히 높지 않습니까?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하니까. 그렇게 해서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라고 보고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자꾸 그림을 그쪽으로 그리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치적을 좀 쌓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는 거다.
◆ 정세현> 원래 권력자 앞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정 전 장관님 얘기 듣도록 하죠.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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