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세전 연 1160만원씩 받던 급여가 32.7%나 줄어 780만원으로 토막 난 것.
학교 측에서는 "재정 상황이 갈수록 어려워져 어쩔 수 없다"고 답할 뿐이었다.
이미 이번 학기 수업을 시작한 이 교수는 학생들과의 약속을 저버릴 수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서에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이 교수는 "학교가 학생들을 볼모로 갑질을 하고 있다"며 "학생들 아이스크림 한 번 사줄 형편도 안 돼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 고통 분담한다더니…피 보는 건 겸임·시간강사·계약직
학교 관계자는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린 현실적 판단"이라며 "같은 취지로 부처장급은 월 20만원씩, 학부장이나 팀장급은 월 10만원씩 수당을 줄여 고통을 분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받는 부처장급 교수보다 연봉 1천만원을 받는 겸임교수의 삭감 폭이 훨씬 더 크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뚜렷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시간강사 12명과 계약직 직원 18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 '취업 강제조항'으로 겸임교수 쥐어짜기까지
이처럼 학교는 '뼈를 깎는 고통'을 겸임교수들에게 집중시키면서도, '취업 할당'까지 강제하고 있다.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겸임교원 임용계약서에는 매년 소속학과 학생 2명 이상을 취업시키지 않으면 다음 계약에서 배제한다는 강제조항이 포함돼 있다.
대학은 지난해부터 이러한 책무를 강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지전문대 측은 "취업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며 "현장에 있는 겸임교수들이 학생들의 취업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규정에 명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 겸임교수는 "대부분 하루 12시간씩 근무하면서 실습, 보고서 작성, 채점 등을 하다 보면 따로 낼 시간이 없다"며 "2명을 취업시킬 능력이 있으면 차라리 본인이 다른 학교에 취업하겠다"고 고개를 저었다.
또다른 교수는 "학생들을 취업시키는 게 어려워 상당히 부담된다"며 "어떤 분들은 기존에 취업한 학생들을 명단에 올려 할당량을 채우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 검찰 조사받던 회계팀장, 최근 스스로 목숨 끊기도
경찰 등에 따르면, 학교 예산을 관리하며 재단과의 거래내역을 소상히 알고 있던 회계팀장 우모씨가 지난달 28일 경기 고양시의 한 야산에서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해 재단이 학교 예산 10억여원을 '돌려막기' 했다는 사실 등이 교육부의 대규모 감사로 밝혀진 뒤, 검찰 조사를 받다 결국 부담감을 견디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그의 유서에는 "계속해서 다른 부서로의 전출을 희망해 왔으나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았다"는 내용이 적혀있던 것으로 전해졌으며, 경찰은 그의 극단적 선택이 학교와 재단의 비위와 연관됐을 수 있다고 보고 수사중이다.
한편 명지전문대는 모재단 명지학원이 계열사인 명지건설의 부도로 갖게 된 부채를 대신 갚게 되면서부터 재정난에 시달려왔다.
한 전임교수는 "학교가 회생하려면 재단에 받지 못한 돈을 받아내야 하는데 재단 측과 합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재단 사람이 부총장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하면서 학교 돈을 제멋대로 빼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유서 내용만 갖고 학교에 책임이 있다고 단정짓기 어렵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