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집단탈북 공개, 흥미 끌만 했기에 했다"…정부의 속내?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중국에서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사진=통일부)
4.13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들의 집단탈북을 전격 공개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논란을 낳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정부의 공개 결정 배경에 대해 "저는 개인적으로 볼 때도 이렇게 젊은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한꺼번에 같이 왔다, 그런 점은 누구나 흥미를 끌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했다"고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이어 "그것이 단지 공개가 빠르다 늦다 이거는 뭐 다른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했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런 점에서는 충분히 흥미를 끌만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 "나중에 비슷한, 다른 사례가 생길 수도 있다. 그때도 그런 집단의 특성을 고려할 때는, 그것도 상당히 흥미와 이례적인 사안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정리하자면, 과거 다른 사건들에 비해 흥미로운 요소가 있었기에 이례적으로 서둘러 공개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정 대변인도 말이 잘못됐다고 느꼈는지 곧바로 정정했다. 그는 "제가 '흥미'라는 표현을 해서 그렇지, 사실은 이례적이고 의미가 있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세 차례나 반복된 '흥미'의 잔영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사실 통일부의 이번 처사는 탈북자 신변 보호가 제1원칙이라는 측면에서 이만저만한 모순이 아니다.

정부 스스로도 지난 8일 이번 건을 발표하며 당사자 신변 안전과 외교문제 가능성 등을 들어 구체적 내용은 철저히 함구했다.

하지만 이들 종업원은 일반 탈북자들과 달리 정식으로 해외 파견된 주재원들로 상시적인 관리·감시 대상이다.

탈북 사실이 공개된 이상, 아무리 이름을 숨기고 얼굴을 가려도 북한 당국이 이들의 신원을 파악하기란 식은 죽 먹기인 셈이다.

정부가 기존 관행대로 비공개 원칙을 지켰다면 북한으로선 이들이 ‘탈북’은 했지만 ‘귀순’까지 했는지 여부는 파악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또 북한에 남은 가족들이 겪을 고초도 다소나마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번 집단탈북 사건이 아무리 의미가 크다 해도 언필칭 인권을 강조하는 나라의 정부라면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내친 김에 북한 외교관과 정찰총국 대좌(대령급)의 망명 사실까지 거침없이 공개했다.

국방부와 통일부는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언론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망명 시점은 약 1년 전이다. 어떤 경위에서 관련 사실이 갑자기 알려졌는지는 모르지만 정부가 흔쾌히 사실관계를 확인해준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외교관과 정찰총국 장교는 해외식당 종업원과는 또 다른 존재다. 이들의 망명 사실이 확인된 이상 북에 남은 가족들의 안위는 결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물론 대의를 위한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미 개성공단마저 주저없이 문을 닫은 정부다. 이제는 북한 엘리트 집단의 이탈이 가속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북에 남을 가족들의 신변안전 따위는 헌신짝 취급한다면 누가 선뜻 자유대한의 품에 안기려 할지 심히 의문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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