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잇따른 총선 전 탈북 발표, 다시 도지는 북풍?

중국에서 입국한 북한식당 종업원들(사진=통일부)
북한 인민군 고위 장교와 외교관, 외화벌이에 나섰던 식당종업원 등 북한 내 엘리트층이 탈북한 소식이 잇따라 알려지고 있다.

불과 닷새 안에 세건의 탈북 사건이 알려졌는데 모두 국방부와 통일부 등을 통해 정부가 공식 발표하거나 확인해 준 것이다.

특히 정찰총국 출신의 인민군 대좌(우리의 대령)가 지난해 탈북해 국내에 입국했다는 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있다"면서 국방부와 통일부가 동시에 보도내용을 인정해 주는 교묘하고도 이례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북한 고위 인사의 탈북 또는 망명은 실질적으로 국가정보원이 관리하며 최고수준의 보안사항으로 관리되고 설사 언론에 설명할 일이 있더라도 통일부가 언론에 설명하는 것이 관례이며, 통일부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는 게 일반적이다.

정찰총국 대좌는 인민군 일반부대의 별 2개에 해당하는 직위로 볼 수 있는 매우 높은 직급으로 지금까지 탈북한 북한군 출신 중 최고위직이다.


북한 장교가 탈북해 국내 입국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지만, 이 정도 고위급이 한국으로 망명한 것은 처음이다.

북한의 정찰총국은 2009년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 노동당 산하 작전부, 35호실 등 3개 기관의 대남·해외 공작 업무를 통합하는 북한의 대남 공작을 지휘하는 핵심 기관이여서 더욱 더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이와함께 지난해 5월 아프리카 주재 북한 외교관이 부인과 두 아들을 데리고 국내 입국했다는 사실도 슬그머니 확인을 해줘 그 의도가 의문시 되고 있다.

북한 해외 식당의 종업원 13명이 집단 귀순한 사실을 지난 8일 정부가 먼저 공개한 데 이어 북한 고위직 인사의 망명 사실까지 연달아 확인해준 것이다.

잇따른 탈북 소식이 전해지면서 김정은이 핵실험과 연일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으로 체제 과시를 하고 있지만 북한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징후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또 다른 많은 국민들은 정부 발표를 액면 그대로 믿기 보다는 뭔가 석연치 않게 생각하고 있는 듯 하다.

잇따른 탈북 발표와 확인은 정부가 이번 총선에 영향을 주려는 이른바 ‘총선용 북풍 공작’ 냄새가 짙게 우려 나오기 때문이다.

대개 탈북자가 발생하면 입국한 뒤 한달 가까이 합동 신문 과정을 거치고 신변은 공개하지 않는게 관행인데도 10명이 넘는 북한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 탈북 사건은 그 관행을 깨고 입국 하루만에 서둘러 발표됐다.

특히 이미 지난해 탈북한 고위직 인사의 탈북 정보는 이제껏 감추고 있다가 총선을 며칠 앞두고 뒤늦게 공개하는 것을 단지 ‘오비이락(烏飛梨落)격’으로 치부하면서
그냥 어물쩍 넘어갈수는 없다.

역대 북풍 공작들이 그랬듯이 총선을 며칠 앞둔 이번 발표도 안보에 민감한 중장년층 유권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쳐 보겠다는 현 정부의 총선 전략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우려를 사고 있기 때문이다.

탈북 사실은 맞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들의 잇따른 시간차 공개에 정부가 총선용으로 기획하고 개입했는지 여부는 알수가 없고 특히 이번 발표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더 더욱 알수 없다.

그러나 국정원이 대선 댓글사건의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북풍 문제로 다시 선거에 개입한다면 심각한 일이 아닐수 없다

만약 그런 움직임이 사실이라면 정부는 엄정한 선거와 총선후의 안정을 위해 지금 즉각 중단 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자칫하면 자충수(自充手)나 자업자득(自業自得)의 역풍이 불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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