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밝힐 때까지 잊을 수 없어요"

교회들, 세월호 기억주일 예배 드려

완연한 봄날씨다. 미세먼지가 속을 썩이긴 하지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은 벚꽃을 구경하러 가고, 나들이를 가기도 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은 그럴 수 없다. 아니 참사 이후로 봄이 오는 걸 끔찍하게 싫어할지 모른다.


딸 정예진 양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낸 박유신 씨 역시 봄이 오는 걸 마냥 즐길 수 없다. 아니 마음만 더 아프다. 참사의 진실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다.

수학여행을 가던 우리 딸이 왜 죽었는지, 그때 높은 사람들은 뭐 했는지, 왜 아이들을 구조할 수 없었는지 의문 투성이지만 속 시원하게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박 씨는 마냥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다. 아마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박 씨는 10일 세월호 기억주일을 지키기 위해 안산 분향소를 찾은 성문밖교회 교인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이제 마냥 주저 앉아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지겠죠. 엄마니까 아빠니까 꼭 밝힐 거고요, 그때까지 함께 해주셨으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이들은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니다.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된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성문밖교회가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안산 세월호 분향소를 찾았다.

복음주의권과 진보권 교회들이 세월호 원탁회의를 구성한 뒤, 10일 주일을 세월호 기억주일로 지키기로 했다.

몇몇 교회들은 교인들끼리 조용하게 주일을 지켰다. 함께여는교회(방인성 목사) 역시 그렇게 보냈다. 향린교회(조헌정 목사)는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이들을 초대해 함께 예배를 드렸다.

설교를 한 김희룡 성문밖교회 담임목사는 "참사의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은 우리의 기억이 거슬릴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결코 잊지 말자"고 당부했다.

성문밖교회 교인들은 홍대에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촉구하는 피켓팅에 참여하는 등 평소에도 이 일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교회들은 이런 움직임이 마뜩찮다. 가족들은 그저 옆에 있어 달라고만 하는데, 가족들에게 상처 주는 말만 쏟아낸다. 이제 그만하라고, 그 정도 했으면 됐지 않느냐고 하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예배에 참가한 이들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파헤치고, 가족들 곁을 지켜주는 역할을 한국교회가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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