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가족을 소재로 한 한국 현대시 50편을 소개하고, 시에 얽힌 뒷이야기를 감상으로 풀어간다. 25년간 문학 이야기를 취재해 온 저자의 설명은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에세이로 풀어낸 사연들은 공감할 수 있고 묵직하며 여운이 길다.
저자는 50편의 시를 통해 '가족은 어떤 존재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물음을 던진다.
'자냐? 하는 아버지의 쉰 듯한 목소리', '휴지 조각에 털어놓은 귓밥'과 '어머니의 꽃무늬 팬티' 등 가족에게는 일상인 지극히 자연스러운 소재는 공감의 폭을 무한대로 확장하고 감정을 이입하게 한다.
그렇게 차례차례 책장을 넘기다보면 끝없는 물음에 대한 해답과 깨달음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책에는 가족이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는 사연과 사정이 녹아있다.
비오는 날, 인생의 힘든 고비를 넘기고 있는 자식을 검은 유령처럼 비맞고 기다리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도, 늙은 어머니의 발톱을 깎아드리는 훌쩍 커버린 자식의 마음도 모두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