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는 11일(한국 시각) 미국 오리올 파크 앳 캠든 야즈에서 열린 탬파베이와 홈 경기에 9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개막 4경기 동안 벤치만 지키다 5번째 경기 만에 치른 빅리그 데뷔전이었다.
이날 김현수는 3타수 2안타 1득점으로 팀의 5-3 승리를 이끌었다. 볼티모어는 개막 5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팀의 부당한 마이너리그행 요구와 팬들의 야유를 이겨낸 활약이었다. 지난 시즌 뒤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약 82억 원)에 계약했다. 그러나 볼티모어는 시범경기에서 김현수가 타율 1할7푼8리(45타수 8안타)에 그치자 돌연 마이너리그행을 요청했다.
이에 김현수는 계약 옵션인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행사했고, 개막 25인 빅리그 로스터에 들었다. 구단의 언론 플레이에 김현수는 지난 5일 홈 개막전에서 선수 소개 때 일부 팬들의 야유를 듣기도 했다. 경쟁자인 조이 리카드의 맹활약 속에 김현수는 벤치를 지켜야만했다.
▲5G 만의 선발 출전, 전력질주로 만든 멀티히트
그러나 김현수는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벅 쇼월터 감독은 주말 3연전 동안 김현수의 선발 출전을 예고했고, 시리즈의 마지막이던 이날 약속을 지켰다. 시즌 타율 4할대를 기록 중인 리카드는 이날 1번 타자 중견수로 나섰다.
인고를 견뎌내자 하늘이 도왔다. 첫 타석에서 김현수는 행운의 데뷔 첫 안타를 때려냈다. 1-0으로 앞선 2회말 1사 2루에서 김현수는 상대 우완 제이크 오도리지의 시속 143km 투심 패스트볼을 공략했지만 빗맞았다. 그러나 타구가 투수와 3루수 사이로 흘렀고, 오도리지가 잡지 못하는 사이 김현수가 1루를 밟았다.
내친 김에 데뷔 첫 득점도 기록했다. 볼티모어는 김현수의 내야 안타로 이어진 1사 1, 3루에서 리카드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2-0으로 달아났다. 이후 매니 마차도의 홈런포가 터져 김현수는 홈을 밟아 동료들의 환호를 받았고, 점수 차는 4-0까지 벌어졌다.
4회말 2사에서 2루 땅볼로 물러난 김현수는 7회말에는 상대 수비 시프트를 이겨냈다. 1사에서 김현수는 상대 우완 불펜 에라스모 라미레스의 시속 146km 직구를 때렸다. 일반적 수비였다면 잡힐 우중간 타구였지만 수비 시프트로 상대 유격수가 잡은 뒤 넘어지면서 김현수는 전력질주로 다시 1루를 밟았다.
절박함과 행운이 따른 멀티히트를 완성한 김현수는 대주자로 교체됐다. 볼티모어는 이후 탬파베이의 추격을 뿌리치고 2점 차 승리를 지켰다. 4-3으로 앞선 8회 수비 2사 만루에서 상대 대타인 한국계 포수 행크 콩거(최현)를 삼진으로 잡아낸 게 컸다. 화려하진 않았으되 간절함이 통했던 김현수의 MLB 공식 데뷔전이었다.